상장사에 대해 경영참여를 선언했던 '슈퍼개미'들이 잇따라 두 손을 들고 있다. 일부는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분을 대거 장내 처분해 주가를 떨어뜨리고 있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주투신'으로 널리 알려진 박기원씨는 대한방직에 대한 경영참여가 뜻대로 안 되자 보유지분을 내다팔고 있다.

박씨는 당초 지난해 3월 대한방직 지분 5% 이상을 취득한 이후 줄곧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여 한때는 21.7%로 이 회사 최대주주와의 지분율 격차가 불과 1%포인트 정도에 불과했다.

박씨는 지분취득 이후 경영참여 및 회사의 자산매각 등을 집요하게 요구하다 올초 주주총회에서는 사외이사 교체까지 추진했으나 자신이 내세웠던 사외이사 선임이 실패한 뒤로 지분 처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에는 지분율을 5% 미만으로 낮췄다.

박씨의 지분매각으로 주가도 급락세다. 대한방직 주가는 작년 11월 초엔 9만8300원까지 치솟았으나 현재는 4만7300원으로 반토막난 상태다. 하지만 박씨는 주당 평균 5만원대에서 매입해 대부분 6만∼8만원 사이에서 처분해 손실은 보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국영지앤엠 경영참여를 선언했던 개인 큰손 박미정씨도 최근 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에서 기각 판결을 받았다.

박씨는 회사 측이 지난달 14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자 자신의 지분확대를 막으려는 수단이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소송에서 진 이후 보유 지분 일부를 장내 매각했다. 이 회사 주가도 경영권 분쟁 재료가 사라지며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이에 앞서 파인디지털 경영참여를 노렸던 정병욱씨도 올초 주총에서 경영진 교체에 실패하자 보유 지분 26.21% 전량을 매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