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외국어고를 특수목적고가 아닌 특성화고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일선 외고와 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과 관계자는 9일 "10월 말 완성을 목표로 진행 중인 '수월성 교육체제 개편계획'에서 이르면 2009년부터 외고를 특목고에서 제외,특성화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여러 대책들 중 하나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외고 대수술'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를 저해하고 사교육비를 늘리는 주범이 외고라는 판단 때문이다.

교육부가 외고를 특목고에서 제외해 특성화고로 분류하는 '초강수'를 시행에 옮길 경우 외고는 지금처럼 입시 중심의 교육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

특성화고는 전문계고(옛 실업계고) 중 우수한 학교를 뜻하는 용어로 주로 취업을 위한 실무 과정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구성돼 있다.

서울 지역의 외고 교장·교감들은 "정부가 외고를 상대로 마녀사냥을 벌이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 A외고 교감은 "특성화고라니 말이 안 나온다"며 "교사 생활 30년 만에 이런 교육 정책은 처음 봤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이번에 우주인으로 뽑힌 고산씨도 외고를 나와 수학과에 진학한 문·이과 융합형 인재"라며 "어학만 전공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관광가이드밖에 없다"고 말했다.

B외고의 교장은 "어학만으로 대학을 가라는 것은 결국 대학 입시는 포기하고 어학 공부만 하라는 의미"라며 "그렇게 되면 아무도 외고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B외고의 교장은 외고가 입시 교육기관으로 전락했다는 교육부의 주장과 관련, "한국 사회에서 대학 입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학교가 어디 있겠느냐"며 "외고를 없애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어림잡아 30만명으로 알려진 전국의 외고 준비생들은 외고 진학 준비를 계속해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의 한 사설학원 특목고 진학반을 다니고 있는 김모군(중학교 2학년)은 "외고가 특성화고로 바뀌면 더 이상 외고 진학 준비를 할 필요가 없다"며 "교육부가 외고 준비생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정책을 편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외고를 준비해왔다는 조모양(중학교 2학년)은 "지난 5년간 외고입시에 매달려 왔는데 하루 아침에 목표가 사라질 판"이라며 "학생과 학부모들이 집단행동을 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육부가 외고와 관련한 의견을 2008학년도 외고입시 원서 접수가 끝나는 10월 말께 결론을 짓는다는 점도 못마땅해 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 입시전문학원 관계자는 "학생들이 미리 선택할 수 있도록 원서 접수 마감 전에 태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