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농업부문 취업자수가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해 미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던 고용사정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recession)에 대한 우려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월가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결국 기준금리인 연방기금목표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FRB 내부에선 금리 인하에 대한 신중한 시각이 여전히 상당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 노동부는 지난 8월 취업자수는 1억3803만7000명으로 전달(1억3804만1000명)보다 4000명 감소했다고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월간 취업자수가 감소하기는 2003년 9월 이후 4년 만이다.

이처럼 신규 취업자수가 감소한 것은 역시 주택경기 침체 영향이 컸다.

건설부문 취업자수는 2만2000명 감소했다.

여기에 제조업 취업자수마저 4만6000명 줄었다.

중요한 것은 8월 통계엔 모기지회사에서 일자리를 잃은 해고자수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지난 8월에만 모기지회사에 근무하던 2만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미 최대 모기지회사인 컨트리와이드는 전 직원의 20%인 1만2000명을 3개월 안에 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포함하면 줄잡아 모기지부문에서만 1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전망이다.



고용은 미국 경제성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를 결정하는 출발점이다.

고용사정이 좋지 않으면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고용지표가 좋지 않다보니 설마설마하던 경기침체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이 55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분기 연속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경기침체 가능성은 작년 9월 15%에서 1년 만에 30%로 높아졌다.

이래서 나오는 게 연 5.25%인 기준금리 인하다.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존 론스키는 "FRB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말로 월가의 분위기를 대변했다.

손성원 LA한미은행장은 "고용지표 악화로 정치인들도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다"며 "주택경기 관련 일자리가 전체의 8분의 1에 달하는 만큼 FRB로서도 고용지표를 무시하기는 힘들며 결국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인하폭도 0.50%포인트로 커질 것이란 전망도 상당하다.

이미 선물시장에서는 오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50%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75% 반영하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자크 판들은 "FRB가 효과 극대화를 위해 금리를 18일 FOMC 이전에,그것도 0.50%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작 FRB 간부들은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의 찰스 플로서 총재는 8일 "FRB는 금리를 조정하지 않고도 금융시장 불안을 진정시킬 수단을 갖고 있다"며 "금융시장 불안을 근거해 움직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리치먼드 연방은행의 제프리 랙커 총재도 지난 4일 "금리 인하가 필연적 수순이 아니다"고 강조했었다.

결국 월가에서 쇼크로 받아들인 고용지표 악화를 FRB가 어떻게 해석할지가 최대 변수인 셈이 됐다.

이에 따라 11일 독일 분데스방크 세미나에서 연설할 예정인 벤 버냉키 FRB 의장의 발언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