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제기된 비관론은 예상외로 빠른 속도로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맥을 못추는 최근 증시의 불안정한 모습도 비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양상이다.
월가의 증시 전문가들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가 2009년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선 의견을 같이한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세계 증시의 모습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비관론과 낙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비관론자들의 견해는 이렇다.
인구 통계학적인 관점에서 2차대전 이후 196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2010년 이후 은퇴하기 시작하면 197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에코붐 세대가 다시 핵심소비 계층으로 편입되는 2020년대 초까지는 세계경기가 공황에 빠지고 세계 증시도 장기간 침체국면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비관론 대로라면 2009년은 장기 포트폴리오와 자산분배 전략을 크게 수정해야 할 중요한 해다.
2010년 이후 세계증시가 장기침체 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2009년에는 그 때까지 보유한 주식을 처분해 수익을 거둬들이고 안전자산인 국채나 우량 회사채로 돌려놓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낙관론자들의 경우 비관론자들의 주장은 갈수록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신흥국보다 미국의 위상을 너무 높이 본 것이라고 반박했다.
2010년 이후에는 미국보다 중국 인도 등에 의해 세계경기가 지탱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세계 증시를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낙관론 대로라면 주식을 저축처럼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하거나 만기가 2010년 이후인 펀드를 중간에 굳이 환매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비관론과 낙관론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가능성이 높은지를 갈수록 세계경제의 중심축으로 부각되는 국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통해 알아보자.
21세기 들어 세계경제 비중이 높아지는 국가들은 무엇보다 거시정책 기조가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시할수록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상대적으로 분배요구와 노조가 강한 국가는 성장률이 낮은 점이 눈에 띈다.
또 경제운영 원리로 정부의 간섭은 최소한에 그치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제주체들에 창의와 경쟁을 최대한 북돋우는 국가일수록 고성장한다.
인구 수가 많고 경제연령을 젊게 유지하는 국가일수록 성장세가 빠르다.
요즘처럼 공급 과잉시대에서는 한 나라의 성장은 시장규모와 상품흡수 능력에 의해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존자원이 많은 국가들도 성장률이 높다.
산업별로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정보기술(IT) 산업에 강한 국가들도 자원부족 문제를 보완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성장세가 빠르나 우리처럼 제조업이 받쳐주지 않을 경우 경기 사이클이 단기화되는 문제도 있다.
특히 인구와 부존자원이 21세기 세계 각국의 성장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이 때문에 미국과 같은 특정국이 갖고 있는 인구와 성장의 한계는 최근처럼 세계가 하나의 국가로 진전되는 시대에서는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2010년 이후에도 선진국의 자본과 개도국의 인구가 잘 보완될 경우 세계경제는 추가 성장이 가능하고 증시가 침체국면에 빠질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요즘 세계의 돈은 추세(trend)와 수익성을 좇아 움직인다.
이미 세계 돈의 약 70%가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고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 '금융 식민주의'로 표현할 만큼 이 지역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것은 2010년 이후 세계 증시가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를 시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