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7.09.10 10:25
수정2007.09.10 10:25
[Q]
저는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산본 역세권에서 13평짜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기형(여·50)이라고 합니다.
이 가게는 1995년 3억4000만원을 들여 분양받은 것입니다.
7년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대리점에 가게를 임대,월세를 꼬박꼬박 받았죠.
2003년 제가 직접 가게를 운영키로 결심,유명 브랜드 베이커리 체인점을 시작했습니다.
사업 초기만 해도 하루 매출 80만원 정도는 올렸는데,현재는 40만원대에 불과합니다.
주변에 P베이커리,T베이커리 등 경쟁 브랜드 점포들이 문을 열고 대형 마트안에도 제과점이 생기면서 곧바로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한달로 치면 매출이 1200만~1300만원,영업이익이 400만원 정도 됩니다.
여기서 금융비용 300만원과 관리비 50만원 등을 제하면 세 아이들의 교육비와 생계비 마련하기가 힘든 형편이예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매장 중간에 칸막이를 해서 부동산중개업을 병행했습니다.
제가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남편은 제과점을 운영했지요.
올 상반기까지는 그럭저럭 버텨왔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거래가 실종된 상태입니다.
다시 칸막이를 없애고 두 가게를 합쳐 업종을 바꿔보고 싶습니다.
업종 전환후 영업이익 600만원선이면 만족할 것 같습니다.
금융비용 제외하고 순익 300만원이면 부족하나마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은 바베큐 치킨 호프집과 같은 외식업을 희망하고 있는데,재고없는 장사면 좋겠습니다.
업종 전환이나 리모델링 비용으로 약 2000만~3000만원 정도를 투자할 생각입니다.
어떤 업종으로 바꾸는 게 좋을까요?
◆ 상권과 입지는
산본신도시는 1990년대 초반 조성된 수도권 신도시 중 하나입니다.
신도시 안에서도 산본역 주변 중심상업지구는 하루 30여만명이 이용하는 알짜 상권입니다.
평당 권리금이 1000만원을 웃돌 정도로 장사가 잘 되는 역세권이지요.
4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과 대형 마트,시청사와 각종 사무실,전철역 등이 한데 어우러진 천혜의 요새 상권으로 꼽힙니다.
대부분의 중심 상업지구가 오피스 기능이나 판매 기능에 치우쳐 시간대별로 공동화 현상을 겪는데 반해 산본역 상권은 출퇴근 인구와 인근 주부들의 발길이 한 곳으로 집약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낮에는 관공서,대형 마트,대형 병원에 볼 일이 있는 사람들이 몰리고 밤에는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약속장소로 잡는 곳이기도 합니다.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저마다 이 곳에 점포를 내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역세권 외곽으로는 아파트 단지들이 포위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반경 500m 이내에 1만여 세대가 몰려있습니다.
구매력이 풍부할 뿐더러 소비패턴 역시 동질성이 강해 구매심리가 빠르게 전파되는 장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산본역 상권의 유동인구를 보면 10대 청소년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30~40대 중년층 비율이 높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산본의 다른 상권이 학군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반면 산본역 주변은 출퇴근 편리성을 중시하는 샐러리맨들이나 신혼부부층이 두텁다는 방증입니다.
그러나 이 곳은 중심 상업지역인 까닭에 구매층이 인접한 1차 상권에 국한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산본 전역의 소비자들이 들르는 곳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 이 가게의 문제점은
입지면에서 이 점포는 'A급지' 이상의 평가를 받을 만큼 이동간 가시성이 뛰어난 이른바 '모퉁이 점포'입니다.
그것도 산본역에서 원광대 병원이나 군포시청으로 향하는 동선에 위치해 있고 주변 아파트단지를 통과하는 이동선상에 있습니다.
산본역을 빠져나오는 인구가 중앙로를 따라서 이동하기는 하지만,어차피 서울 명동 역시 끝자락에 있다고 해서 장사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입지조건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습니다.
매출 부진의 결정적 계기는 브랜드 가치 하락이 첫번째 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업 초기만 해도 주변에 경쟁점이 없어서 브랜드 가치가 유지됐지만 경쟁점들이 우후죽순 생긴 지금에 와서는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고객의 발길이 무거워진 브랜드로 전락하고 있다는 겁니다.
두번째는 최근 제과점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있습니다.
제과점은 이제 최소한 20평 이상 공간을 확보한 복합 베이커리 카페로 전환하는 추세입니다.
고품격 분위기와 아울러 빵과 음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쉼터나 대화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13평 정도의 빵 가게로는 이런 추세를 따라잡기가 역부족입니다.
게다가 코앞에 대형 마트가 인접해 있어서 가격경쟁력 면에서도 열세에 놓일 수 밖에 없습니다.
매장 시설의 노후화도 매출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렇다고 제빵이나 제과기술이 뛰어난 것도 아니어서 지금의 노하우로는 제과점을 회생시킬만한 뾰족한 방안이 없다고 여겨집니다.
비교적 우수한 입지 조건을 갖춘 점포인만큼 적절한 시기에 점포를 매각하거나 임대했어야 하는데,타이밍을 놓친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대형 병원이 근거리에 있고 사거리 모퉁이 점포라는 점에서 권리금을 포함한 시세차익도 노려볼 만 했지만 결국 시기를 놓쳐 현재는 반토막이 난 상태여서 임대도 여의치 않은 실정입니다.
[ 치킨호프점 하고 싶다는데… ]
매장 좁고 심야영업 부담 … 배달 겸하면 승산있어
의뢰자는 바비큐 치킨 호프점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 업종은 원가 측면에서 지금의 제과점보다는 유리한 게 사실입니다.
똑같은 매출을 올려도 마진이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별도 인력의 도움 없이 부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업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술을 팔아야 하고 늦은 시간까지 영업할 수 밖에 없어 체력이 달리는 50대 부부에게는 만만찮은 일입니다.
게다가 13평이라는 매장의 현실도 감안해야 합니다.
복층 구조나 야외 임시 테이블을 사용한다면 좁은 매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지만 대로변인데다 대학병원과 전철역사 주변이어서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또 주 고객층인 20대들의 주 동선과는 거리가 멀고,그렇다고 직장인 단체손님들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공간이 너무 좁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치킨 호프점이란 업종 자체는 적절하다고 봅니다.
직장인들의 퇴근 동선이므로 테이크아웃이나 배달이 가능하다면 승산이 있습니다.
죽 전문점도 도전해볼 만한 아이템입니다.
주변에 2~3개의 경쟁점이 자리를 잡은 상태이지만 주부나 여성 직장인들이 많이 지나다니고 가게가 대로변에 있어 눈에 잘 띄는 위치이므로 해볼 만한 업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죽 전문점은 마진이 좋은 편이어서 의뢰자가 희망하는 수익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과점 업종 선택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선택한 브랜드의 이미지 하락에 따라 매출이 줄어든 것입니다.
이에 따라 다른 브랜드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커피나 생과일주스를 함께 취급하는 베이커리 카페가 최선인데 브랜드 전환에 따른 추가 투자비용이 든다는 점이 단점입니다.
객단가가 저렴하지만 회전율이 높은 우동돈가스 전문점이나 만두전문점도 추천할 만한 업종입니다.
특히 병원 방문객이나 병원 직원들은 제때 식사를 챙겨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틈새시장은 충분하다고 판단됩니다.
산본역 상권은 여성 중심의 쇼핑객과 직장인 중심의 중년남성 아이템이 초강세를 보이는 게 특징입니다.
칼국수 전문점,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샤브샤브 전문점,냉면 전문점이 전자에 속하는 업종입니다.
숯불구이 전문점,복어 전문점,곱창 전문점은 후자에 속합니다.
결국 이 틈새시장을 파고들어야 하는데,입지 조건상 유입 인구보다는 흘러가는 인구나 집으로 향하는 퇴근 인구를 대상으로 한 아이템을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가게를 임대하고 다른 곳에서 창업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주변 시세를 감안해 임대조건은 보증금 1억3000만원,시설권리금 5000만원,월세 350만원 정도로 하면 임차인이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임대시 생기는 1억8000만원 중 1억원은 금융기관 원금상환에 쓰고 나머지 8000만원으로 다른 지역에서 창업한다면 생계 유지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 컨설팅에 도움주신 분 ]
최재희 연합창업컨설팅 대표 / 박민구 맛깔컨설팅 본부장 / 이현승 한국실행창업센터 대표 / 기영환 중기청 자영업지원팀장 / 강창동 한경 유통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