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농촌이라면 황순원의 '소나기'나 김유정의 '봄봄''동백꽃'을 떠올린다.

심훈의 '상록수',이광수의 '흙',박영준의 '모범경작생'도 우리 마음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소설 속에 나오는 농촌의 풍경은 목가적이고 낭만적이지만,그 속에는 가난에 찌든 소작농들의 삶이 절절히 배어 있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비교할 바가 아니다.

의식주 문제는 물론이고 오토바이와 자가용이 즐비하다.

그러나 이 곳 농촌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보기와는 달리 사정은 영 딴판이다.

농촌살이가 편하다면 어째서 "해마다 이농(離農)이 계속되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반문한다.

30년 전만 해도 농사인구는 전 인구의 70% 정도였다.

그렇지만 지금에 와서는 7%도 채 되지 않는다.

젊은 부부들을 찾기 힘들어 아기의 울음소리가 그친지는 이미 오래됐다.

농·어촌의 오지에서는 학생이 줄어 폐교가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심각하게 인식한 한 시골 출신 국회의원이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서 '고향세'도입을 제안했다.

주민세 가운데 10%가량을 납세자가 태어난 고향에 나눠 내면 지역간 세수 격차가 다소나마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많은 납세자들이 지방에서 태어나고 자라지만 정작 세금을 내는 곳은 대도시여서 지방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역설했다.

일본을 벤치마킹한 고향세는 별 관심을 끌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엊그제 일본 정부는 2009년부터 고향세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지방 주민의 생활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 배경으로 들었다.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심행정이란 비난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일리가 있다는 분위기로 흐르는 것 같다.

현재 우리 몇몇 지자체에서는 '고향 부모님 세금 대신 납부하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호응이 매우 좋은 편이라고 한다.

세정(稅政)의 문제는 있겠지만,이런 분위기라면 고향세도 한번쯤 고려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