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증시 활황을 틈탄 편법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급증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자 금융감독당국이 3자배정 증자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본지 8월20일자 A26면 참고

금융감독원은 최근 무분별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실태를 점검한 뒤 유가증권신고서 심사 강화와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제3자배정 증자는 대주주가 지정한 특정인에게 제한 없이 신주를 배정하는 것을 말한다.


◆3자배정 증자 급증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규모는 4조9644억원으로,이미 지난해 연간(8475억원)보다 6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3자배정 방식의 증자가 전체 유상증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7.2%로 작년 19.0%보다 무려 58.2%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의 제3자배정 증자 규모는 1조1324억원으로 지난해 연간(6169억원)보다 83.6%(5155억원) 증가했다.

이처럼 제3자배정 증자가 급증한 것은 올 들어 증시가 활황세를 보인 데다 주주배정이나 일반공모 방식의 증자와는 달리 절차가 간편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퇴출 회피에 악용

하지만 문제는 상당수의 3자배정 유상증자가 자본잠식 등으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정상적인 자본 조달이 어려운 한계기업들의 시장 퇴출 회피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경영권 인수자금 조달,비상장사의 우회상장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3자배정 증자를 실시한 62개 상장사(69건) 중 2년 연속 적자를 낸 기업은 30개사로,전체의 48.4%에 달했다. 또 자본잠식 기업은 23개사로 전체의 37.1%에 이르렀다.

이 밖에 3자배정 증자의 경우 대부분 증자 시점을 전후로 주가 급등락이 심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감원 분석 결과 제3자배정 증자에 나선 상장사들의 주가는 증자 결의 당시와 비교해 납일일 시점에선 평균 43.3% 상승했으며,상장일 시점에서 보면 평균 28.0% 올랐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자에 참여한 일부 제3자들은 주식 단기 매도로 차익을 실현하면서 주가 급등락 등의 시장 혼란을 야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우선 3자배정 증자에 부적절한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증자에 참여하는 제3자의 특성 및 매매내역 등을 면밀히 점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조달자금 사용 목적이 합당한지,사용목적에 따라 사후 집행됐는지,발행 전후 주가 움직임에 특이성은 없는지 등도 일일이 따져볼 계획이다. 또 기준주가 산정 방식의 문제점과 3자배정 증자한도 등에 대해서도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제3자가 일정 기간 내 주식을 매각할 때는 매각 사유와 매각차액 등도 공시토록 권고할 계획이다.

백광엽/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