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서울대 인문계열에 입학한 김모씨(20).그는 잠시 학교 공부를 접었다.

수시 2학기 모집 어학 특기자 전형을 통해 서울대 경영대에 입학한다는 목표로 대입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서울대는 재수·삼수생 등에게는 특기자 전형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2008학년도부터는 이 제한이 폐지돼 김씨와 같은 '재수생'도 특기자 전형에 응시할 수 있게 됐다.

김씨는 "전과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시를 통해 학과를 바꾸기로 결심했다"며 "어학 능력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만큼 심층면접에서 웬만큼 점수를 따면 합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시만을 고집했던 재수생들이 7일부터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수시로 대거 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재수생들은 내신에 약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에 강하기 때문에 정시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2008학년도 입시의 경우 '내신 대란'으로 주요 대학의 정시 내신반영비율이 예년보다 높아진 데다 수시의 전형방식도 다양해지면서 수시는 '내신이 강한 재학생',정시는 '수능이 강한 재수생'이라는 공식이 상당부분 무너졌다.

주요 대학이 재수생에 대한 수시 응시제한 조항을 대부분 삭제한 것도 재수생들이 수시로 눈을 돌리게 된 원인의 하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수시의 모집인원이 정시보다 많아진 것 역시 재수생의 수시행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이석록 대치메가스터디 원장은 "전통적으로 재수생은 수능에 강했지만 올해는 수시 인원이 많아져 정시와 수시에 다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지난해는 재수생 50명 중 20명 내외만 수시에 지원했지만 올해는 대부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올해는 명문대학에 합격해 다니고 있는 학생들 중 상당수가 수시를 겨냥해 뒤늦게 대입에 가세하고 있다"며 "연세대와 고려대의 법대 학생이 서울대 경영대를 가겠다며 진학 상담을 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투스 관계자 역시 "중앙대 한양대 등 중상위권 대학생의 상당수가 연세대 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해 반수생(대학에 적을 둔 재수생)반에 다니고 있다"며 "수시 2-2전형과 정시를 동시에 노리는 학생들이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논술의 반영 비중이 높은 전형에 재수생들이 몰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학생은 수능과 내신 준비를 하느라 논술 등 대학별 시험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재학생과 재수생의 실력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는 전형요소가 논술이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본부장은 "재수생들은 적어도 매달 한 번씩 논술 모의평가를 보고 논술 수업도 정기적으로 받는다"며 "논술 싸움에서는 재학생이 훨씬 불리하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수생의 지원 전략이 바뀌면서 재학생 응시자들도 동요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재학생이 예년에 비해 확실히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재학생 응시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재학생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수시의 '묻지마 지원'으로 연결되면 수시의 경쟁률이 껑충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송형석/성선화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