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 매매계약을 맺은 HSBC가 한국의 금융감독위원회는 양자간 거래를 막을 법률적 권한이 없다며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HSBC는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를 해 본 결과 법원 판결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소유권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계약 이행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설령 론스타의 지분 취득이 적법하지 못해 처분명령을 받더라도 HSBC가 지분을 매입하는 결과는 동일하다는 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은 HSBC의 계약 강행은 당국의 의지를 무시한 것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법률에 근거한 여러 수단이 있다며 HSBC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당국에 압박 나선 HSBC

HSBC 런던 본사의 더글러스 플린트 재무이사는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HSBC는 금감위의 승인을 받을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HSBC가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말로 론스타 관련 재판의 동향과 전망 등에 대해 검토했음을 시사했다.

국내 금융계 관계자도 "계약을 진행한 HSBC 본사에서 다양한 검토를 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금감위가 거래를 막을 법률적 권한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4일 설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법원의 심리가 재정경제부 담당국장 등이 2003년 외환은행 지분매각 과정에서 적법하게 판단을 내렸는지와 이후 외환카드 주가조작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판결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소유권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HSBC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의 51% 매각에 나서고 HSBC가 이 지분을 사는 것을 금감위가 막을 수는 없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론스타의 지분 취득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다 하더라도 이는 론스타에 대한 금감위의 지분처분 명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분매각이라는 결과는 동일하다고 HSBC 측은 보고 있다.

금감위는 HSBC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할 수 있지만 △금융주력자일 것 △국제적 신인도가 있을 것 △최근 3년 내 외국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등을 당하지 않았을 것 등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심사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 HSBC의 계산이다.

◆"여러 수단 있다" 금감위 즉각 반박

금감위와 금융감독원의 당국자들은 이 같은 HSBC의 주장에 대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우선 금감위가 거래를 막을 법률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대주주 자격 심사를 완료해야 한다는 HSBC 측의 논리에 대해 "한국의 법 체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억측"이라는 반응이다.

한 당국자는 "HSBC가 은행법만 검토해 감독 당국이 심사를 법원 판결 이후로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모양인데 행정법 등 법률이론을 보면 중대사안일 경우 오히려 미루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 결과에 따라 과거 벌어진 행위가 적법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날 수 있는 상황이라면,정부는 승인이나 인허가 등을 미룰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김용덕 금감위원장도 이날 "법원의 판결 결과를 봐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금감위는 HSBC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를 자신하고 있지만 이 역시 해 봐야 안다는 입장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HSBC 서울지점 검사 결과 본·지점 거래가 한국 실정법을 심각하게 위반했는지 여부,자금조달 등 거래의 성사 가능성 등 여러 항목을 세세히 들여다 봐야 적격성 심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위는 2005년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엄격히 진행해 오고 있으며 이는 내·외국인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