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전산망 해킹… 기밀자료 아니라고 말하지만

중국 인민해방군이 미국 국방부(펜타곤) 전산망을 최근 해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각국 정부가 중국의 사이버 테러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군이 지난 6월 미 국방부를 성공적으로 해킹,미 국방부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집무실로 연결되는 전산망을 차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4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사건 발생 직후 일부 전산망을 1주일 넘게 차단하면서 내부 조사를 벌였고 중국 인민해방군이 해킹의 '진원지'라는 것을 확인했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이전에도 중국 인민해방군과 미군이 서로 상대 전산망을 감시ㆍ조사해 왔지만 이번 해킹 사건은 중국이 중요한 시기에 미 국방부 전산망을 와해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된다"고 전했다. 지난 5월 미 국방부가 발간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도 중국은 미군과 미국의 민간 컴퓨터 네트워크를 공격할 수 있는 수많은 해커 부대를 훈련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미 국방부는 이번 사이버 공격으로 얼마나 많은 자료가 유출됐는지 조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이 문제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해커들이 접근한 정보는 기밀 자료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에 대한 공식 언급은 피했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해킹과 같은 범죄는 사라져야 하며 중국은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이번 사건 외에도 중국 해커들의 해외 전산망 침투는 최근 들어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중국 해커들이 미국 상무부의 컴퓨터 시스템에 침입해 컴퓨터 수백 대를 한 달 이상 마비시켰고,같은 해 11월엔 미 육군 정보 시스템과 해군 해양 시스템,우주전략 방위 시설 등을 차례로 해킹했다.

FT는 최근엔 독일과도 전산망 해킹을 놓고 중국이 뜨거운 논쟁을 벌이는 등 '사이버 공간'에서 중국이 매우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최근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이 독일 정부 전산망에 침투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재발 방지를 주문했었다.

보안 전문가들은 중국의 미 국방부 해킹으로 사이버 테러에 대한 철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며 각종 테러 집단의 핵심 시설 공격 가능성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