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와 론스타펀드 간 외환은행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금융감독원이 3일부터 HSBC 국내 지점에 대한 검사에 착수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검사 결과에 따라선 HSBC의 외환은행 인수 결격 사유가 드러날 수도 있어서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 하나은행 농협 등 국내 은행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진행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6월 초 론스타와의 협상이 결렬된 싱가포르개발은행(DBS)마저 외환은행에 눈독을 들인다는 루머가 퍼지는 등 외환은행 인수전이 새로운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HSBC 론스타 협상 어찌돼가나

이날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주고받으려는 론스타와 HSBC의 협상은 양측 간 가격 차이 등으로 인해 별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배타적 협상기간인 지난달 말까지 협상을 완료하지 못한 데다 기한을 넘긴 협상에서도 좀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M&A업계 관계자는 "외환은행 지분 51%에 대해 론스타는 65억달러를 받아야겠다는 입장인 반면 HSBC는 55억달러 이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HSBC가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 제일은행 서울은행 한미은행 등의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가격을 낮게 써내는 통에 인수자로 선정되지 못한 점을 들어 이번에도 그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켠에선 HSBC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배타적 협상 기한이 연장된 이달 중순까지는 가격차가 해소될 것이란 엇갈린 전망도 내놓고 있다.

◆감독당국 의중이 큰 변수

가격과 더불어 금융감독 당국의 의중도 핵심 변수 중 하나다.

당국자들의 공식 반응은 한결같이 "HSBC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요청해 오지 않은 만큼 아직까지 말할 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당국자들은 "외국계가 이미 국내 은행을 두 곳이나 가져갔고 다른 은행의 외국인 지분율도 높다"는 말을 통해 '국내 자본 선호론'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SBC가 승인을 신청해 오면 퇴짜놓을 명분도 없는 게 아니냐"며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HSBC가 인수 승인을 요청해 오더라도 법원의 판결 이전에 어떤 결론을 내기는 힘들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금융감독원이 18일까지 HSBC 국내 지점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에 착수,주목받고 있다.

만약 검사 결과 기관경고에 준하는 잘못이 적발될 경우 외환은행 인수 자격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HSBC가 감독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무턱대고 협상을 마무리짓고,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요청하기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은행에도 차례 올까

국민은행 하나은행 농협 등 외환은행 인수 의사를 표명했던 국내 은행들은 HSBC와 론스타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통상 처음에 정해졌던 배타적 협상 기간 내에 협상을 끝내지 못하면 시한이 연장돼도 타결이 쉽지 않은 게 M&A의 관례"라고 말했다.

각 은행은 양측의 협상 결렬이 발표될 것에 대비해 이후 시나리오를 그리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농협은 외환은행 인수문제와 관련해 최근 청와대와 의견을 교환했다는 한 인터넷 매체의 보도에 대해 부인했다.

또한 DBS가 외환은행 인수를 다시 추진하기 위해 이사회 결의를 했다는 루머와 관련,금융계에선 DBS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준동/정인설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