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정수장은 1908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 세워진 뚝도 정수장이다.

미국인 콜브란과 보스트윅이 고종으로부터 상수도 사업권을 따내 5년만에 건설한 것이었다.

이 두 사람은 일찍이 전차사업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터여서 상수도 사업에도 관심이 지대했다.

그 이전에도 부산과 덕수궁 두 곳에 상수도 시설이 있긴 했다.

그러나 부산은 전혀 위생장치 없이 급수역할만 했고,덕수궁의 시설은 황실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뚝도 정수장은 4대문 안과 용산 지역의 주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명실상부한 정수장이었다.

뚝도 정수장은 서울의 물 풍경을 바꿔 놓았다.

우물물은 공짜였으나 수돗물은 그렇지 못했다.

물지게를 지고 물을 팔러 다니던 당시 '북청 물장수'들은 수도회사의 물배달 노동자로 전락했다.

뭐니뭐니해도 수돗물의 가장 큰 공은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질병을 크게 줄였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꽐꽐 흘러 나오지만,어느 집에서나 쉽게 수돗물을 접하게 된 것은 아마도 1970년대 말쯤이 아닌가 싶다.

이제는 또다시 사정이 달라졌다.

"좋은 물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갖가지 생수가 판을 치고 있다.

일부 백화점에서는 심해(深海)에서 퍼 올렸다는 '생명의 물'이 상상할 수 없는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수돗물이 완전치 않다는 의심에서 비롯되고 있는데 여기에 서울시가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의 수돗물,즉 아리수(고구려 시대 한강을 일컫는 말)가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것이다.

정화과정을 따져 봐도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은 물론이고 선진국들의 기준보다도 훨씬 엄격하다고 설명한다.

지난 1일부터는 TV캠페인도 시작했다.

올해로 99세를 맞는 아리수가 세간의 막연한 오해를 풀겠다는 각오인 듯하다.

일반인들 사이에 만연된 수돗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다소나마 해소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