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봇물을 이루면서 관련 테마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M&A가 중도에 무산돼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M&A가 무산된 경우를 보면 대부분 본계약까지 체결했다가 나중에 매매 대금을 입금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되는 등 M&A 계약 자체의 신뢰를 의심케 하는 사례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와이정보통신은 지난 7월17일 전 최대주주인 동암파트너스가 보유 지분과 경영권을 현직 변호사인 이정훈씨한테 6억여원에 매각키로 계약했으나 이씨가 잔금 5억7348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됐다고 3일 공시했다.

이씨가 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회사 측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 회사 주가는 경영권 양도 무산 소식에 5% 이상 급락했다. 회사 관계자는 그러나 "최근 유상증자이후 동암파트너스 지분율이 낮아져 최대주주는 김오현씨 등으로 바뀐 상태"라며 "당시 계약 무산이 최대주주 변경과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시큐리티코리아는 지난달 24일 최대주주인 김영근씨와 이석윤씨 간 체결된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파기했다.

회사 측은 "경영권을 넘겨받기로 한 이씨가 공동 경영 등 계약 내용을 어기고 자금 및 인사문제를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등 계약사항을 위반했다"며 "또 계약금 23억원과 중도금 45억원을 입금했다가 중도금 45억원은 인출한 후 재입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 주가는 M&A 무산에 따라 이후 사흘간 하한가로 추락했다.

한텔의 경우 김우창 하얀세상 대표가 최대주주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했으나 잔금 지급일인 지난달 22일까지 납입하지 않아 계약이 파기됐다.

김 대표는 올해 초에도 세종로봇 인수에 나섰다가 이를 포기한 전력이 있다.

PW제네틱스도 최길호씨가 이 회사 최대주주로부터 보유 주식과 경영권을 넘겨받기로 했지만,2차 대금 지급일인 지난달 10일까지 납입이 완료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된 사례다.

이 밖에 제이콤과 엠아이컨텐츠홀딩스 등도 최근 인수자들이 중도금 납입을 하지 않아 M&A 계약이 잇따라 무산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스닥시장의 상당수 M&A는 기업인수 자체가 목적이라기 보다 M&A를 이용한 일종의 머니게임 성격이 짙다"며 " M&A 사실을 발표하기 전에 시장에서 주식을 사놓고 발표 후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차익을 남긴 뒤 계약을 파기하는 행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