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정 전반에 걸친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과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기사송고실을 통폐합하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강행,청와대 386참모의 핵심인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의 비리 연루 의혹,변양균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비호 의혹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태에 대한 청와대의 초기 대응이 너무 안일했다는 비판과 함께 청와대의 문제 해결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1일에는 전윤철 감사원장이 정부의 비대화를 언급하고 현직 장관이 대선 후보 캠프로 가기 위해 사의를 표명하는 등 인사권도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내달 정기국회 및 국정감사에서 이들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특별검사제 도입으로 이어질 경우 자칫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덕을 일찍 초래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사면초가에 빠진 청와대

정부가 기자실 통폐합과 취재 제한을 담은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강행하려는 데 대해 언론과 야당은 물론 이른바 범여권 대선 후보들도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등 이번 사태가 청와대의 고립을 강화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미 아프칸 피랍사태와 관련한 외교통상부의 브리핑이 기자단에 의해 거부되고 기자실 통폐합 과정에서 각 부처 기자들의 연쇄 반대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정부의 정책홍보 기능은 청와대 대변인실을 제외하고는 마비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언론단체 간 합의로 순조롭게 이행될 것 같았던 기사송고실 등의 문제가 이 같은 역풍을 맞게 것은 실무 추진 과정에서 부처 출입기자 등록제 실시와 같은 국정홍보처의 악수가 발단이 됐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실도 이 같은 문제점을 조기에 파악해 문제가 커지기 전에 조율하지 못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문제 해결 능력있나

정 전 비서관의 비리 연루 의혹 역시 청와대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뒤늦게 청와대가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물러섰지만 지나친 제 식구 감싸기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정 전 비서관이 청와대 부산 인맥과 386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부산 건설업체와 국세청 고위 간부 간의 억대 뇌물 청탁을 주선한 이번 사건의 파장은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사건을 사전에 인지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정 전 비서관의 조기 사퇴로 무마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되면서 노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신정아씨 비호 의혹 역시 당사자인 변 실장이 공개적이고 적극적인 해명보다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의혹을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일단 '소나기는 피하자'식의 소극적 대응과 사건 발생 초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지 못한 안일한 판단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청와대,정면 돌파 하겠다

청와대는 그러나 각각의 사안에 대해 정면 대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이미 '때'를 놓친 데다 지금 물러설 경우 무차별적인 정치적 공세에 시달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변 실장은 이날 "공무원 30년 바르게 한 사람"이라며 신씨 비호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뒤 "(언론의 보도내용에 대해)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초로 의혹을 제기한 장윤 스님과의 전화통화 사실에 대해서도 "통화한 적 없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정 전 비서관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권력비리 운운 주장은 근거가 없다.

청와대 누구라도 불법이 있었다면 처벌을 받았을 것"이라며 기존 입장과 함께 특검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기본 방향을 고수할 뜻임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대통령이 지시한 사항이다.

이를 수행한 참모들을 어떻게 문책할 수 있겠느냐"며 책임을 묻지 않을 뜻임을 분명히 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