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관료들의 산수 실력이 도마에 올랐다.

복지부의 주먹구구식 예산 집행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엔 해도 너무했다는 지적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복지부는 지난해 중증장애인 보호 차원에서 장애인 생활 시설을 전국적으로 설치키로 하고 2006년부터 2009년까지 139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시설 수요를 너무 적게 파악하는 바람에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게 됐다.

보통 복지부 예산사업이 주먹구구식 과다예산 편성으로 문제가 되는 데 반해 이번 일은 예산 과소편성이 문제가 된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이유는 간단했다.

복지부 관료들이 시설 수요를 파악하는 산식 자체를 잘못 짰기 때문이다.

시설에 들어가야 할 중증장애인 수를 계산하려면 전체 장애인 수에다 중증장애인 비율(추산)을 곱해 중증장애인 수를 낸 뒤 여기서 시설을 이용 중인 중증장애인을 빼주면 된다.

재가(在家) 중증장애인을 전수 조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추계 방법이다.

그런데 복지부는 이상하게도 전체 장애인 수에다 '재가' 중증장애인 비율을 곱한 후 여기서 시설을 이용 중인 중증장애인을 빼는 이상한 계산법을 사용했다.

무엇을 구하려는 산식인지 알 수도 없는 계산법이다.

또 중증장애인 중 저소득 계층에만 시설 입소를 허락하려면 중증장애인 중 저소득 비율을 곱해야 하는데 이미 시·도별 자료가 있는 데도 이를 쓰지 않고 전국 평균을 쓰는 바람에 계산이 다시 잘못됐다.

이런 얼렁뚱땅 계산법으로 수요 예측은 엉망이 됐다.

제대로 계산했으면 1만8833명에게 478개의 시설이 더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을 텐데 복지부는 수요자 1만848명,필요 시설 271개라는 수치를 내놨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해당 과에 물었다.

담당자는 한참을 설명하더니 "지난해 9월 감사원 조사를 받은 이후 두 번이나 해당 사무관이 바꾸었는데 일단 어떻게 된 건지 좀 자세히 봐야겠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연간 50조원 넘게 들어가는 복지예산이 왜 이런 식으로 짜여지는 지,답답할 뿐이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