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음미하는 사람이라면 으레 와인을 오픈하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코르크를 만져 보는 것이다.

관습적으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코르크를 한번쯤은 챙겨서 눈 여겨 본다.

레스토랑에서는 소믈리에가 와인 병을 오픈하고 코르크를 당신 옆에 놓는다.

그럼 당신은 무엇을 하는가?

1 냄새를 맡는다.

2 코르크의 감촉을 느낀다.

3 한 번 눈길을 주거나 무시한다.

테이블에 코르크를 놓아 두는 관행은 약 18세기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당시에는 비싼 와인의 빈 병에 낮은 품질의 와인을 채워 넣고 되파는 비도덕적 레스토랑이 많았다.

요즘 판치는 가짜 양주와 비슷한 일이다.

이 때문에 정직한 레스토랑에서는 코르크를 테이블에 놓아서 고객이 코르크 위에 찍힌 와인 이름과 와인 라벨의 이름이 일치하는지 알아볼 수 있게 했던 것이다.

진짜 고급 와인이 맞다고 보증서를 꺼내주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와인 코르크가 와인의 상태를 알려주는 좋은 단서가 될 수는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가령 코르크가 젖어 있다면 와인이 옆으로 눕혀져 보관됐다는 뜻이기 때문에 보관 상태가 괜찮다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축축한 코르크가 좋은 컨디션의 와인이라는 사실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건조한 코르크가 반드시 변질된 와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코르크의 상태로 와인의 맛에 대한 약간의 유추는 가능할지 모르나 와인의 맛은 결국 와인 테이스팅을 통해서만 드러나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코르크 냄새를 맡는 이유는 변질된 와인을 찾아 내기 위함이다.

우선 먼지나 종이 박스와 같은 냄새가 코르크에서 느껴진다면 의심을 해봐야 한다.

물론 코르크에서 이러한 냄새가 느껴진다고 해 반드시 와인이 변질됐다는 뜻은 아니지만 확률이 높다.

코르크는 괜찮은데 실제로 와인 맛을 보니 이러한 냄새가 입안에서 느껴질 때도 있기 때문에 절대의존은 금물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와인으로 인해 젖어 있는 코르크 또한 항상 좋은 조건에서 보관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물론 수평으로 눕혀 보관해서 코르크와 와인이 접촉해 촉촉하게 젖어 있다면 보관을 잘 했을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높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보관해 와인이 끓어 넘쳐 코르크 밖으로 흘러 내려와 생길 수 있는 흔적일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건조한 코르크라고 해서 와인 맛이 변질됐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건조한 코르크는 수직으로 보관됐다는 가능성이 높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얼마 안 된 영 빈티지의 와인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코르크로 와인 상태를 파악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으므로 테이스팅을 통해서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소믈리에 Corinne-Eom@icseoul.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