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불거진 동원선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당 국민경선추진위가 접수 선거인단을 상대로 사전조사와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23.2%가 '유령선거인단'으로 밝혀졌다.

아예 '선거참여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는 사람도 4만6175명(6.4%)이나 됐다.

여기에 통화가 되지 않거나 결번 처리돼 선거인단에 포함된 15만8000여명 중에도 부적격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선거인단 자체에 대한 신뢰문제까지 제기되는 등 논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동원선거 의혹은 사실로

국민경선추진위는 27일 서류와 인터넷,모바일 접수 등을 통해 모집한 선거인단은 모두 90만1295명이라고 발표했다.

이 중 유효선거인단 판정을 받은 수는 67만5838명으로 나머지 22만5457명은 부적격자였다.

중복접수(2269명)와 연락처가 없는 서류미비자(17만7013명) 등 전수조사에 들어가기 전 검증 과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사람이 17만9282명이었고 전수조사에서 "신청한 적이 없다"고 답한 사람이 4만6175명이었다.

민주신당은 결번으로 나온 6만4039명(8.9%)과 통화실패자 9만4270명(13%)을 일단 선거인단에 포함시켰다.

결번으로 나온 사람까지 포함시키면 부적격자는 32.1%로 늘어난다.

통화가 안된 사람 중에도 비슷한 비율의 부적격자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상한 선거인단 구성"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부작용은 각 후보진영에서 주소나 전화번호 등 기초적인 확인 과정도 없이 마구잡이로 동원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예비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기 위한 유력주자 간의 과열경쟁이 큰 몫을 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손학규 후보와 조직에서 강세인 정동영 후보 모두 예비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지 못할 경우 본경선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여기에 사활을 걸었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다.

◆친노주자 진영 반발과 전망

친노 후보진영은 즉각 반발했다.

이해찬 후보의 양승조 대변인은 "허위대리접수는 형사상 사문서 위조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라며 "만약 경선당락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대량 허위접수가 있었다면 경선탈락자가 경선 자체의 유효성을 문제삼을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경선의 유효성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한명숙 후보의 김형주 대변인은 "아직 완전히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고 전수조사 자체에 대한 실효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며 "합리적인 방식의 전수조사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다른 관계자도 "대리접수 제한규정을 확실히 해 국민선거인단이 유령선거인단 논란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창/노경목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