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주가 돌아왔다.

미국발 신용경색 사태 발생 후 극심했던 불안 장세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기관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조선, 철강 등 중국 관련주에 그 동안 쌓아뒀던 실탄을 풀고 있다.

조선주는 그간 서브프라임 사태로 혼비백산한 외국인의 집중 매도공세를 받으며 급락했었지만, 주가 복원도 그에 못지 않게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다.

조선업종 대장주인 현대중공업은 지난 28일 약 한달 반 만에 시가총액 3위를 다시 탈환했다. 아직 조선주들이 전고점을 경신하지는 못했지만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29일 현대중공업은 2.00% 오른 38만2000원을 기록, 지난달 11일 경신한 52주 신고가인40만3500원에 근접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4.86% 오른 5만8200원에 장을 마쳤다. 전고점인 7월13일의 6만4000원을 향해 다시 달리는 모습이다.

1.14% 오른 6만2000원에 마친 STX조선은 가장 빠른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벌크선 호황의 최대수혜주로 꼽히는 데다, 10월에 자회사 STX팬오션 상장도 예정돼 있어 지난 10일 6만3800원에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또한 조선업체들의 선박 수주행진도 계속 되고 있으며, 조선시황을 가늠하는 벌크선 운임지수도(BDI) 계속 오르고 있다.

이처럼 분위기가 좋은 상황에서 조선주에 대한 기대치는 어느 수준까지 가져가야 할까?

조선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조선업종이 하반기는 물론 향후 몇 년간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눈높이는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삼성증권에서는 향후 3~4년간 현재와 같은 선박 발주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우량 선주들이 국내 조선사에 대형선박들을 시리즈로 발주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기대감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윤필중,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는 투자자들이 조선업종에 대해 프리미엄을 부과했지만 미국발 신용경색 위기에 따른 우려감으로 프리미엄 적용폭이 줄어들 것”이라며 지난 22일 조선주들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췄다.

중소 조선업체들도 앞다퉈 조선사업에 나서고 있는 것도 향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소 조선사들의 증가는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영향은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상승과 하강 사이클이 존재하는 만큼 나중에 조선경기가 둔화될 경우도 예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에서는 지난 6일 “조선업 호황으로 신규 선박생산설비 투자가 늘어나고 있어 경기하락 시 조선업종에 심각한 위험이 올 수 있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분간은 조선주 랠리를 즐겨도 좋을 것 같다.

성기종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도 기대수준은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반기처럼 사상최대 수주를 경신하며 급등하기는 어렵다는 것.

그러나 “예상보다 조선업황이 더 좋은 것 같다”며 수주 급증에 따른 설비 증설로 성장여력이 충분해 상승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이다.

성 애널리스트는 “아직 조선주는 시장평균보다 주가가 싸다고 생각한다”며 “IT주에 들어갔던 자금이 조선주로 오는 흐름도 있어 증시 상황도 우호적”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