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급락했다. 주요 경제지표들이 얼어붙으면서 리세션(=경기침체) 우려감이 고조된 탓이다.

28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1만3041.85로 280포인트나 빠졌고, 나스닥 지수는 60포인트 하락한 2500.64로 간신히 2500선에 턱걸이했다.

이날 발표된 8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달 111.9에서 105.0으로 6.9포인트 하락,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美 대륙을 강타한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S&P가 발표한 2분기 주택가격도 20년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러온 신용경색 위기에 주택경기 침체 여파로 미국의 소비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한층 더 커지고 있다.

내수소비가 경제 성장의 2/3을 차지하는 탓에 소비심리 위축이 경기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리세션에 빠져들 경우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아시아 시장 역시 영향을 피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는 우려할만한 요인이다.

벌써부터 주식시장에서는 IT와 자동차주들이 미국 경기 둔화에 따른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흔들리고는 있지만 미국이 실질적으로 리세션에 처할 위험은 적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29일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리세션에 들어간다면 이머징 마켓의 금융불안과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과거 부동산 경기가 악화될 때 리세션으로 진입했던 것은 부동산만의 부정적 영향이 아니라 90년대 초반의 걸프전이나 2000년대 초반 IT 공급 과잉 등이 더해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라고 설명.

김 팀장은 "지금은 오히려 세계 경제에서 비중이 높아진 중국을 포함, 이머징성장이 건재하고 돋보인다"면서 "중국의 역할 등을 감안할 때 리세션이 진행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는 또 "미국내 부동산의 성장 기여도는 최악의 상황을 통과하고 있다"면서 "가격 지표의 반전은 늦춰지겠지만 거래지표들은 내년 초 바닥을 통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기업의 이익 형성에 해외 비중이 높을뿐 아니라 GDP에서 차지하는 기업이익 비중도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

금융부문의 이익 감소가 전체 기업이익에 큰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기업의 이익 구조가 건재하다면 고용이 유지돼 개인의 가처분 소득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즉, 고용과 소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최근 워런버핏이 철도주를 추가 매수했다는 점이 미국 경제의 둔화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NH투자증권의 김종수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기의 경우 주요 지표들이 호전되고 있어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가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7월 산업생산이 13% 늘어나는 서프라이즈를 기록,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판단.

민간소비 확대와 서비스업 개선, 건설투자 확대 등이 어우러지면서 3분기 GDP는 5.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내 경기의 성장 속도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빠를 수 있다면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글로벌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