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의 '파'자만 들어도 이젠 신물이 나요.

왜 이토록 노조는 파업을 강행하려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갑니다…."

26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간밤에 휴일 특근을 마치고 귀가하는 조합원들 중 대다수는 또다시 파업 수순을 밟고 있는 현대차 노조를 바라보며 걱정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2공장 조합원이라고 밝힌 이모씨(47)는 "회사가 내놓은 일괄 협상안을 보면 무분규 타결을 반드시 실현해 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면서 "회사의 이런 노력에 노조가 곧바로 협상 결렬을 선언한 것은 결국 20년 파업 관성에 젖어 있는 노조간부들의 집단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고 격앙된 어조로 반발했다.

같은 소속의 다른 노조원 김모씨(45)는 "파업을 원치않는 조합원 정서는 한·미FTA 저지 총파업에서 확인됐다"면서 "노조집행부도 이젠 원하지도 않는 파업에 끌려다녀야 하는 조합원들의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가 27일 쟁의발생을 결의하는 등 파업 수순에 들어갔지만 현장 조합원들의 정서는 이처럼 파업에 대한 극심한 혐오 증세를 드러내고 있다.

노조집행부는 파업 돌입 전에 조합원들의 이 같은 반 파업정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위해 노조 본부 홈페이지 게시판을 폐쇄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반 파업정서는 현장노동조직 자유게시판으로 급속히 퍼져가고 있다.

특히 이상욱 지부장이 소속된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홈페이지에는 '파업을 자제하자''무분규로 타결해 보자'는 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이디 '나가요' 란 조합원은 "회사 제시안은 결렬을 선언할 수준이 아닌데 도대체 파업해서 얼마나 더 받아낼 수 있을까"라며 "아직 시간이 있으니 조합원의 의중을 헤아려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이디가 '답답이'란 한 조합원은 또다른 현장 노동조직인 민주노동자회 자유게시판에서 노조가 "조합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협상 결렬을 선언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임금 7만8000원 인상은 기아차 등 다른 자동차 회사들보다 높고 작년 현대차 타결 수준이어서 매우 전향적인 안인 데다 성과금 300%에 격려금 100만원은 현장에도 별 불만이 없어 보이는 제시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단체협약 부분에 있어서도 "회사가 사택을 재개발해 조합원들의 내집마련 기회를 제공하고 산재로 흉터가 생기면 연장 2시간 임금을 지급하고 치아부상자에게는 임플란트 비용도 지급한다는 내용 등을 보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면서 "회사가 이렇게 변화하는데 이제 노조도 변화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자신을 협력업체 직원이라고 밝힌 한 조합원은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해마다 파업을 끝내고 받을 거 다 받아갈 때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회사는 물론 가정 전체가 엄청난 파업 후유증에 몸살을 앓아야 한다"면서 "노동 격차를 줄이기 위해 산별노조에 가입한 현대차 지부가 이제는 협력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20년 노조 줄파업에 시름을 함께 해온 울산시민들도 노조 파업의 연쇄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심지어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현대차가 올해 무분규로 협상을 타결하면 '현대차 구매운동' 등을 통해 회사를 적극 돕겠다고 약속을 할 만큼 시민들의 반 파업 호소가 전례없이 절박해지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