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루홈런 역전 드라마''무명 야구부사상 첫 우승'.

일본의 23일자 조간 신문 1면은 예외 없이 전날 끝난 전국고교야구대회(일명 고시엔·甲子園) 결승전 기사와 사진으로 장식됐다.

올해로 89회째인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은 일본에선 무엇보다 큰 뉴스였다.

우선 역대 본선에 18번이나 진출한 히로시마 내 최고 야구명문 고료고와 무명의 야구팀 사가현 공립 사가키타고가 맞붙은 것부터가 화제였다.

4-1로 뒤지던 사가키타가 8회 말 역전 만루홈런을 쳐 예상을 뒤엎고 극적으로 우승패를 거머쥔 것은 일본열도를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매년 푹푹 찌는 일본의 여름은 고교야구 때문에 더욱 달아오른다.

지역별 대표 고교팀이 오사카 인근 효고현 고시엔야구장에서 벌이는 전국고교야구대회 본선 경기는 아예 전국 축제다.

출전 학교의 재학생 응원단은 물론 동문,지역주민,야구팬들이 관중석 외야까지 가득 메우는 건 보통이다.

공영방송 NHK는 모든 경기를 전국에 TV로 생중계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고교야구는 프로야구 못지않게 재밌다.

경쟁이 치열해서다.

지역 예선을 거쳐 본선인 고시엔에 나올 수 있는 팀은 49개팀.올 예선엔 전국 4081개 학교가 참가했다.

평균 83 대 1의 경쟁률이다.

때문에 고교야구 선수로선 고시엔에 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발판이기도 하다.

그들이 3년간 고시엔을 꿈꾸며 피땀을 흘리는 이유도 여기 있다.

본선에서 진 선수들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경기장 한쪽 구석에서 흙을 긁어 가져가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한국도 70~80년대 고교야구가 인기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어느새인가 고교야구 인기는 시들해졌다.

TV중계가 사라진 지도 꽤 된 것 같다.

한국의 고시엔 격인 서울 동대문야구장은 조만간 철거돼 재개발된다고 한다.

고시엔을 보면 일본은 경제처럼 야구도 기초가 참 튼튼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교 때부터 치열한 경쟁을 통해 좋은 선수가 길러지고,그 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게 일본의 야구다.

그래서 일본의 고교야구가 부럽다.

또 한국의 고교야구가 그립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