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금산 분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동걸 신임 금융연구원장이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금산 분리가 가장 미흡한 나라 중 하나"라는 견해를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원장은 2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금산 분리 원칙을 철폐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이 금산 분리가 가장 약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을 제외한 증권사와 보험사,카드사 등 제2금융권을 산업자본이 장악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또 "세계 100대 은행과 100대 보험사 중 산업자본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곳은 3~4개 미만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주장은 은행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산업쪽에서 축적한 자본과 경영 능력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금산 분리 완화 주장과 상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금산 분리 원칙은 우리나라가 제일 심하다며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에 투자할 수 있는 채널을 다양화해야 금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의 인식과 정반대의 주장이다.

이 밖에 이 원장은 "대기업들이 증권사 등을 통해 투자은행(IB) 경쟁력을 키우지 않고 왜 은행에만 들어가려 하느냐"며 재벌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금산 분리 완화 논의는 산업자본의 역할을 제고해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꾀하자는 취지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산업자본에 대한 불신이 크면 클수록 금융자본은 외국 자본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