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Report-남미는 지금] (1) 되찾은 활기…브라질 '살인적 인플레'는 옛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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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상파울루 북서쪽 중산층 주거지역인 파카임부(Pacaimbu)의 이지에노폴리스(Higienopolis) 쇼핑몰.가전·패션·주얼리·생활용품 등 매장마다 가득찬 수입 고가 제품들을 쇼핑하는 사람들로 종일 북적거린다.
프라다 SpA 매장의 MD(상품기획자)인 카롤리나 바르가스는 "3600달러(약 335만원)짜리 최신 가죽 핸드백은 벌써 동이 났고,구매 예약 대기자만 50명에 이른다"며 "최소 보름은 기다려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와인 매장도 고급품이 동나 애를 먹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수입 와인 매장의 지배인 빅토르 레비는 "97달러짜리 뒤발 르루아 샴페인이 브라질 전국에서 매진돼 프랑스 거래처에 긴급 재주문을 냈다"며 "예년에는 9월 이후에나 2차 주문이 나갔는데 올 들어서는 벌써 세 차례나 추가 선적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100년간 111경3694조%,치욕의 인플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브라질 사람들에게 보름 이상을 기다렸다 필요한 물건을 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연간 수천%로까지 폭등한 하이퍼 인플레이션 탓에 하루에도 매시간 단위로 가격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빵값은 아침과 저녁 사이에 배로 뛰어오르기 일쑤였다.
물가가 1990년 1620.96%,1993년에는 2477.15%까지 치솟았던 브라질의 지난 100년간 누적 인플레이션율은 111경3694조%.말 그대로 기하급수,천문학적 수치다.
도무지 걷잡을 수 없을 것 같던 만성적 인플레를 잡은 것은 1994년 통화가치를 달러에 연동시켜 바꾼 헤알화 개혁이었지만,2003년 취임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강력한 재정 긴축 정책이 물가 안정을 제도화시켰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002년 12.5%를 끝으로 한 자릿수로 내려앉은 브라질 물가는 지난해 3.1%로 뚝 떨어졌다.
올해는 소비 회복으로 다소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3.7% 선에서 안정될 전망(박병철 산업은행 브라질법인장)이다.
◆가계 월평균 수입 3년새 2배로
안정된 물가는 이 나라 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게 해 외국 자본의 투자 물꼬를 터지게 했다.
곡물 철광석 커피 설탕 등 이 나라가 풍부하게 보유한 원자재의 국제시세 고공 행진은 수출 급증과 무역흑자 누적이라는 선물까지 안겨줬다.
올 상반기 브라질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금액은 103억달러.이미 2003년 연간 유입 규모를 넘어섰다.
연말까지는 230억달러로 작년 실적(187억8000만달러)을 웃돌 것이라는 게 브라질 중앙은행의 전망이다.
2002년 131억달러였던 무역흑자는 지난해 460억달러로 불어났고,올 상반기에는 206억달러를 기록했다.
탄탄한 무역수지와 안정된 물가,외국인 투자 유입은 브라질 헤알화 가치를 3년 새 59%나 절상시켰다.
가계 평균 월 수입도 2004년 287달러에서 지난 5월에는 574달러로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3.7%에 그쳤고,올해도 5%를 넘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이 나라의 GDP(국내총생산) 증가율과 달리 실질 소득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헤알화 강세 효과 덕분.그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게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소비 열풍이다.
상파울루의 조사연구 회사인 GfK 인디케이터사에 따르면 올해 고급 소비재 시장은 43억달러에 육박,2년 전보다 48% 늘어날 전망이다.
◆핸드백 와인 등 고급 소비재 시장 48% 확대
경제 활력 회복에 관한 한 인접한 남미 제2의 대국 아르헨티나와 칠레도 브라질에 뒤지지 않는다.
아르헨티나는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이 집권한 2003년부터 3년간 연 평균 9%대의 고속 성장 가도를 달렸고,올해도 7.5%의 견실한 성적표가 예고돼 있다.
지난해 9.8%를 기록한 물가상승률이 올 들어 10%를 넘나들고 있고,전기 가스 등 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소동을 빚고는 있지만 2001년의 국가 부도(default) 그림자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아르헨티나 경제의 활황은 2005년 ㎡당 13.6달러였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무실 평균 임대료가 올 들어 22.8달러로 치솟았다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공실률이 1.8%로 사상 최저치다.
사업을 하려고 해도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포기해야 할 판이다.
푸에르토 마데로 등 곳곳에서 대규모 건물 신축 공사를 서두르고 있는 이유다.
중남미의 대표적 자유경쟁 시장으로 불리는 칠레는 올해 성장률 5%,물가상승률 3%,무역흑자 181억달러가 예견되는 '라틴 아메리카의 경제 모범생'이다.
2005년 9.3%에 달했던 실업률도 지난해 8.2%,올 들어서는 7.8%로 하락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인구 1인당 컴퓨터 보유 비율 20.1%,휴대폰 가입자는 128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9.1%에 달해 중남미 최고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자랑한다.
◆"활기 되찾았을 때 더 투자" 성장 가속화
이들 3개국도 극심한 빈부격차와 이에 따른 수요 양극화 등 치유해야 할 '남미 공통병(病)'은 여전하다.
그러나 이들 국가가 강력한 정치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살인적 인플레를 눌러앉히고,넘쳐나던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는 등 '급한 불'을 성공적으로 진압했다는 데 이의를 다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브라질의 유력 일간지인 에스타두 데 상파울루는 "남미 경제는 최소한 10여년 만에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남미 3국 정부들은 활력을 되찾은 경제를 안정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정책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집권 2기를 시작한 올해부터 2010년까지 5039억헤알(약 251조9500억원)을 투입,도로 항만 에너지 주거환경 등 사회간접자본에 집중 투자해 연간 성장률을 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성장 가속화 프로그램(PAC)'을 시행 중이다.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高)환율 정책,재정 흑자 유지,수입 대체품 생산 장려 등 'K 모델'로 불리는 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밀어붙이고 있다.
칠레는 개방경제를 더욱 탄탄한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조세제도 단순화와 기업 개·폐업 절차 간소화 등 기업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춘 '칠레 도약 프로젝트(CCP)'를 시행 중이다.
정책의 내용은 조금씩 달라도 지향점은 똑같다.
더 이상의 후퇴 없는 경제 도약 드라마를 일궈내자는 것이다.
상파울루·부에노스아이레스·산티아고=글·사진 이학영 생활경제부장 haky@hankyung.com
프라다 SpA 매장의 MD(상품기획자)인 카롤리나 바르가스는 "3600달러(약 335만원)짜리 최신 가죽 핸드백은 벌써 동이 났고,구매 예약 대기자만 50명에 이른다"며 "최소 보름은 기다려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와인 매장도 고급품이 동나 애를 먹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수입 와인 매장의 지배인 빅토르 레비는 "97달러짜리 뒤발 르루아 샴페인이 브라질 전국에서 매진돼 프랑스 거래처에 긴급 재주문을 냈다"며 "예년에는 9월 이후에나 2차 주문이 나갔는데 올 들어서는 벌써 세 차례나 추가 선적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100년간 111경3694조%,치욕의 인플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브라질 사람들에게 보름 이상을 기다렸다 필요한 물건을 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연간 수천%로까지 폭등한 하이퍼 인플레이션 탓에 하루에도 매시간 단위로 가격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빵값은 아침과 저녁 사이에 배로 뛰어오르기 일쑤였다.
물가가 1990년 1620.96%,1993년에는 2477.15%까지 치솟았던 브라질의 지난 100년간 누적 인플레이션율은 111경3694조%.말 그대로 기하급수,천문학적 수치다.
도무지 걷잡을 수 없을 것 같던 만성적 인플레를 잡은 것은 1994년 통화가치를 달러에 연동시켜 바꾼 헤알화 개혁이었지만,2003년 취임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강력한 재정 긴축 정책이 물가 안정을 제도화시켰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002년 12.5%를 끝으로 한 자릿수로 내려앉은 브라질 물가는 지난해 3.1%로 뚝 떨어졌다.
올해는 소비 회복으로 다소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3.7% 선에서 안정될 전망(박병철 산업은행 브라질법인장)이다.
◆가계 월평균 수입 3년새 2배로
안정된 물가는 이 나라 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게 해 외국 자본의 투자 물꼬를 터지게 했다.
곡물 철광석 커피 설탕 등 이 나라가 풍부하게 보유한 원자재의 국제시세 고공 행진은 수출 급증과 무역흑자 누적이라는 선물까지 안겨줬다.
올 상반기 브라질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금액은 103억달러.이미 2003년 연간 유입 규모를 넘어섰다.
연말까지는 230억달러로 작년 실적(187억8000만달러)을 웃돌 것이라는 게 브라질 중앙은행의 전망이다.
2002년 131억달러였던 무역흑자는 지난해 460억달러로 불어났고,올 상반기에는 206억달러를 기록했다.
탄탄한 무역수지와 안정된 물가,외국인 투자 유입은 브라질 헤알화 가치를 3년 새 59%나 절상시켰다.
가계 평균 월 수입도 2004년 287달러에서 지난 5월에는 574달러로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3.7%에 그쳤고,올해도 5%를 넘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이 나라의 GDP(국내총생산) 증가율과 달리 실질 소득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헤알화 강세 효과 덕분.그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게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소비 열풍이다.
상파울루의 조사연구 회사인 GfK 인디케이터사에 따르면 올해 고급 소비재 시장은 43억달러에 육박,2년 전보다 48% 늘어날 전망이다.
◆핸드백 와인 등 고급 소비재 시장 48% 확대
경제 활력 회복에 관한 한 인접한 남미 제2의 대국 아르헨티나와 칠레도 브라질에 뒤지지 않는다.
아르헨티나는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이 집권한 2003년부터 3년간 연 평균 9%대의 고속 성장 가도를 달렸고,올해도 7.5%의 견실한 성적표가 예고돼 있다.
지난해 9.8%를 기록한 물가상승률이 올 들어 10%를 넘나들고 있고,전기 가스 등 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소동을 빚고는 있지만 2001년의 국가 부도(default) 그림자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아르헨티나 경제의 활황은 2005년 ㎡당 13.6달러였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무실 평균 임대료가 올 들어 22.8달러로 치솟았다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공실률이 1.8%로 사상 최저치다.
사업을 하려고 해도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포기해야 할 판이다.
푸에르토 마데로 등 곳곳에서 대규모 건물 신축 공사를 서두르고 있는 이유다.
중남미의 대표적 자유경쟁 시장으로 불리는 칠레는 올해 성장률 5%,물가상승률 3%,무역흑자 181억달러가 예견되는 '라틴 아메리카의 경제 모범생'이다.
2005년 9.3%에 달했던 실업률도 지난해 8.2%,올 들어서는 7.8%로 하락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인구 1인당 컴퓨터 보유 비율 20.1%,휴대폰 가입자는 128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9.1%에 달해 중남미 최고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자랑한다.
◆"활기 되찾았을 때 더 투자" 성장 가속화
이들 3개국도 극심한 빈부격차와 이에 따른 수요 양극화 등 치유해야 할 '남미 공통병(病)'은 여전하다.
그러나 이들 국가가 강력한 정치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살인적 인플레를 눌러앉히고,넘쳐나던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는 등 '급한 불'을 성공적으로 진압했다는 데 이의를 다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브라질의 유력 일간지인 에스타두 데 상파울루는 "남미 경제는 최소한 10여년 만에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남미 3국 정부들은 활력을 되찾은 경제를 안정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정책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집권 2기를 시작한 올해부터 2010년까지 5039억헤알(약 251조9500억원)을 투입,도로 항만 에너지 주거환경 등 사회간접자본에 집중 투자해 연간 성장률을 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성장 가속화 프로그램(PAC)'을 시행 중이다.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高)환율 정책,재정 흑자 유지,수입 대체품 생산 장려 등 'K 모델'로 불리는 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밀어붙이고 있다.
칠레는 개방경제를 더욱 탄탄한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조세제도 단순화와 기업 개·폐업 절차 간소화 등 기업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춘 '칠레 도약 프로젝트(CCP)'를 시행 중이다.
정책의 내용은 조금씩 달라도 지향점은 똑같다.
더 이상의 후퇴 없는 경제 도약 드라마를 일궈내자는 것이다.
상파울루·부에노스아이레스·산티아고=글·사진 이학영 생활경제부장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