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세계 각국의 정책대응 여부에 따라 대내외 증시가 일희일비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에 비해 정보의 양과 질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개인들의 손실만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의 경우 사적 계모임을 통해 한동안 부동산에 집착하다 최근 들어 주식을 대거 사들인 강남 복부인들이 부화뇌동해 시장의 불안을 더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이웃 일본도 상황은 비슷한 듯하다. 엔캐리 자금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이른바 와타나베 아줌마들의 움직임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이어 또 다른 불안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자산운용에 있어 해외투자 경험이 일천한 이들이 변화된 상황에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해외에 투자한 엔캐리 자금을 일시에 청산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은 또 한차례 흔들릴 것이 분명하다.

반면 세계적인 주식부자(super rich)들은 이번 사태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해 금융주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워런 버핏이 운용하는 버크셔 헤서웨이는 통산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조정하는 포트폴리오 원칙을 수정하면서까지 금융주를 중심으로 보유 비중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 리치들이 금융주를 사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사태가 유동성 경색에서 비롯되고 있어 해당업종인 금융주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졌다. 이 상황에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사태 해결을 위해 긴급 유동성 지원과 금리 인하를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유동성 경색이 풀리면 금융주가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상황과 자주 비교되는 1998년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사태 때도 워런 버핏을 비롯한 슈퍼 리치들은 금융주를 위주로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그 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긴급 유동성 지원과 금리인하를 계기로 국제신용경색이 풀리면서 이들의 자산 규모는 LTCM 사태 이전보다 크게 늘어났다.

이들의 재산증식 과정을 보면 1987년 블랙 먼데이,1997년 아시아 위기,2001년 9·11 테러와 같은 일반인들이 위기로 생각하는 사태 이후 한 단계씩 늘어났다. 이는 슈퍼 리치들이 재산을 늘릴 때 역발상 투자를 자주 활용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역발상 투자란 보통 사람들이 위기로 생각할 때 이를 기회로 활용해 투자하는 전략을 말한다.

성급한 판단이 될지 모르지만 이번 사태가 끝나면 슈퍼 리치들의 재산 규모는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시장참여자들의 심리게임에 의해 좌우되는 증시에서는 기초여건에 해당하는 경기나 기업실적의 심각한 훼손만 없다면 시장흐름에 부화뇌동하지 않는 것이 주식투자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변수는 있지만 슈퍼 리치들은 아직까지 세계경기가 올 상반기를 저점으로 회복국면에 놓여 있다고 보는 종전의 시각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도 시장지배력이 강한 기업을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어 평균 수준으로는 개선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 시점에서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은 최근과 같은 사태를 맞아 슈퍼 리치들이 평정심을 잃지 않고 역발상 투자를 가능케 하는 보다 근본적인 배경에는 돈에 대한 태도가 이기심보다 이타심이 강해서란 분석도 소수의견이지만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큰손들은 자기만 살겠다며 투매를 계속할 경우 금융 불안이 확대돼 결국 손실만 더 키우는 상황에 처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현실인식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이다. 어려울수록 이타심을 발휘하면 금융시장을 안정시켜 궁극적으로는 최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일반 투자자들도 최근과 같은 사태를 맞아 모두가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시장에 부화뇌동하기보다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시장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