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MIT공대 미디어랩 설립자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는 앞으로 신문,엔터테인먼트,심지어는 섹스까지 세상의 가능한 모든 것은 아날로그(원자)에서 디지털(비트)로 바뀔 것임을 예언했다. 네그로폰테의 예언 이후 지금까지 불과 10여 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간 기술의 발전에 따른 경제,문화 등 사회 전반의 변화는 실로 대단하다.

1995년 164만명에 불과했던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지난해 4000만명을 넘어섰고,초고속 인터넷도 급속도로 보급돼서 이제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하거나 최저가 인터넷 쇼핑몰을 찾아 웹서핑을 하는 것도 일상적인 일이 됐다.

더 이상 워크맨으로 카세트 테입을 듣지 않고 인터넷에서 MP3 음원을 다운로드받아 음악을 즐긴다.

'원자'로 상징되는 아날로그 정보는 복제를 하면 원본보다는 못한 정보가 재생산되지만 '비트'로 상징되는 디지털 정보는 원본과 동일한 정보가 재생산될 뿐만 아니라 세상 어느 곳에나 순식간에 전달될 수 있는 가공할 만한 특성을 갖는다. 이 때문에 가장 고전적인 지식재산권이라 할 수 있는 저작권을 보호하는 문제가 가장 먼저 대두되었다. 음악,영화,책,심지어는 컴퓨터 프로그램까지도 인터넷을 통해 또는 CD나 DVD를 통해 무분별하게 복제되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인터넷을 통한 위조상품 거래도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 한 중소기업인이 무역위원회를 찾아왔다.

"지재권요? 그런 것 다 소용 없어요. 우리 회사가 지재권을 갖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똑같은 제품을 버젓이 팔고 있는데,경고장을 보내도 꿈쩍하지 않고,소송을 하려고 해도 비용이 만만찮고…." 수억원을 제품개발과 제조설비에 투자한 지 채 2년이 안 돼 중국산 모조품 수입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러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해 줄 것을 무역위원회에 신청했다.

위의 사례와 같은 지재권의 침해는 최근 들어 의류,시계,전자제품,자동차부품,생활용품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세관에서 적발된 지재권 침해물품은 2005년 388건에서 2006년 1010건으로 급증했으며,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관세기구는 세계교역 물량의 7퍼센트인 6500만달러 상당을 위조상품으로 보고 있다.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지재권을 보다 손쉽게,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5월 조사기간 단축,동일침해 즉시제재,중소기업 우대,신고포상금 지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재권 침해조사 종합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앞으로 보다 많은 기업이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적극적으로 지켜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신종 <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