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다각화인가, 수익성 악화 따른 주력사업 발빼기인가'

지난해 증시 우회상장과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한 영화제작사 등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최근 들어 본래의 사업을 줄이고 자원개발 사업에 새로 뛰어들고 있다.

직접 투자하거나 자회사를 통해 참여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지만 회사를 통째로 매각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자원개발을 추진 중인 업체들이 내세우는 표면적인 이유는 '사업 다각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의 '거품' 붕괴와 엔터 업계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주력사업 축소'의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달 강원방송 대표 김영균씨 등에게 매각된 영화제작사 MK픽처스는 최근 '국내외 자원 탐사개발 및 수출입·판매와 대체에너지 개발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다고 공시했다.

당장 영화 사업을 접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주요 주주였던 강제규 감독 등이 발을 뺀 상태여서 전망은 불투명하다.

MK픽처스의 김상헌 IR팀장은 "아무래도 새 대주주가 리스크가 큰 영화 사업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새 수익원 확보 차원에서 자원개발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예 매니지먼트 업체 모델라인은 자회사인 모라리소스(옛 더히트)를 통해 자원개발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인도네시아 남부 숨나트라주 광산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모라리소스는 최근 사업권 취득 본계약 체결과 관련해 산업자원부로부터 '해외자원개발 사업승인'을 받아냈다.

모델라인의 오승재 차장은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의 향후 전망이 그리 나쁘지 않지만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신규 사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 '예의없는 것들'을 제작했던 튜브픽쳐스는 회사 매각과 함께 지난 6월15일 임시 주총에서 사명을 '페트로홀딩스'로 바꿨다.

아르헨티나 공화국 후후이주에 있는 라브레아 석유 개발광구 지분 10%를 인수키로 하는 양해 각서를 체결하면서 영화보다는 자원개발 쪽으로 사업의 중심이 확연히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섣불리 추진했던 자원개발 사업을 중단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공연이나 영화 등의 엔터 사업을 벌이고 있는 프라임엔터테인먼트는 이달 초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프라임엔터 관계자는 "모기업인 프라임산업과의 시너지를 위해 자원개발을 모색했지만 현재 개봉 준비 중인 영화 '세븐 데이즈' 등 기존 사업에 더 주력하기로 방침을 바꿨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자원개발 진출 붐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이해될 수도 있지만 현재 영화 등 엔터 산업의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며 "지난해 끼었던 제작비 '거품' 등이 점차 붕괴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