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안 때마다 안전한 투자 대상으로 인기를 끌어 온 금이 최근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13일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금융 위기와 달러화 약세에 따라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됐던 금 가치가 미미한 변동률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이 달러화 자산 가치 하락에 대비하는 안정적인 투자 방안으로 꼽혀 온 것을 고려하면 최근 상황은 금값이 오르기에 좋은 조건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표시하고 있고 서브프라임 부실로 금융위기 불안감이 점증하고 있다.

1970년대 오일 쇼크 때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화되면서 금값은 온스당 859달러까지 치솟은바 있다. 올 들어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는 3.6% 내렸다. 지난 1분기 금 공급량도 1년 전보다 2%,2년 전보다 22% 줄었다.

하지만 금 가치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지난 10일 런던 선물시장에서 금값은 온스당 672.8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서브프라임 파장으로 주가가 요동치기 시작한 지난달 16일 이후 1.2% 올랐다.

올 들어 세계 금값은 5.7% 올라 지난해 연간 상승률 23%보다 더딘 오름세를 보였다.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이같이 저조한 변동률을 '이해할 수 없다(Mystery)'며 "금 투자에 이상적인 상황이지만 현실은 다르게 가고 있다"고 밝혔다.

미 최대 은행인 씨티그룹도 올해 금값 평균 전망치를 700달러에서 679달러로 낮췄다.

블룸버그는 금값이 기대보다 낮은 원인으로 전 세계 금의 5분의 1을 보유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매도에 적극적인 점을 꼽았다.

올 들어 유럽은행(ECB)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5t 많은 358t의 금을 팔았고 스페인 중앙은행도 전년의 두 배인 147t을 매도했다.

여기에 세계적인 금리 인상 흐름이 겹쳐 금 투자 매력을 감소시키고 있다. 국채 등 금융 자산가치에 비하면 금값의 오름세가 낮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서브프라임으로 피해를 입은 헤지 펀드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을 비롯한 귀금속을 대거 팔아치우는 것도 금값 상승에 제동을 거는 한 요인이다.

이와 관련,유진 와인버그 커머스뱅크AG 수석 애널리스트는 "아직 인플레 압력이 금을 매입할 정도는 아니다"며 "인플레이션율이 5% 이상일 때 금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금융 시장에서 활약하는 거래인과 투자자 및 애널리스트 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명이 '금을 사라' 권고했다고 밝혔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