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전 세계적으로 신용경색이 우려될 때 가장 큰 충격을 받는 증시는 그 나라 경제가 좀비(zombie) 국면에 처해 있는 곳이다.

'좀비 증시'는 정책과 시장이 겉돌아 정책당국이 어떤 신호를 보낸다 하더라도 시장참여자들이 반응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의 예로 지난주 우리 통화당국이 시장참여자들의 예상이나 기대와 달리 콜금리를 전격적으로 인상한 것이다. 곧이어 BNP파리바은행의 환매 중단 조치 이후 확산되는 신용경색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선 다른 통화당국과는 분명히 대조되는 조치였다.

이 때문인지 국내 주가는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통화당국이 콜금리를 올린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지급준비율과 콜금리 인상에도 불구,늘어나기만 하는 유동성을 흡수하고 우리 경기가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을 견딜 만큼 회복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내린 조치로 이해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굳이 콜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었느냐는 불만을 갖는 참여자들이 적지 않다.

금융시장 안정에 최우선 목표를 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앞으로 이런 정책이 반복될 경우 정책당국과 국민들은 서로 따로 노는 현상(de-coupling)이 심화되고 우리 증시는 우울증·무기력 증세에 빠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증시참여자뿐만 아니라 요즘 우리 국민들은 현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액면 그대로 믿고 따르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집권 말기만 되면 나타나는 전형적인 '좀비 경제'의 조짐이다.

이런 우울증이 좀 더 심화하면 비이성적인 행동이 나타난다.

증시에 있어서 비이성적인 행동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내가 하면 옳고 남이 하면 잘못됐다고 보는 '이분법(dichotomy) 국면'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분법 증시는 최근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이다.

특히 다른 어떤 시장보다 자기책임 원칙이 강조되는 증시가 '좀비 국면' 혹은 '이분법 국면'에 걸리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제도적인 틀이 흔들려 시장참여자들이 혼돈하게 되고 혼돈한 시장참여자들이 만들어 내는 주가와 각종 통계는 믿을 수 없는 쓰레기(dummy)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과 같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화당국과 시장참여자들이 함께 대내외 금융 불안을 극복하려는 공조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번 콜금리 인상처럼 통화당국이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주도적으로 정책을 펴나가기보다는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시장참여자들의 예상과 기대에 부응한 친시장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현재 우리 증시에서 가장 필요한 시장참여자들의 증시를 살리고자 하는 심리,즉 증시 생명력이 되살아나 한국 증시가 '좀비 증시'에서 '시그널 증시'로,'이분법 증시'에서 '화합·통합 증시'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