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쪽에 얼마나 많은 돈이 지원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대북 지원이 쌀 비료와 개성공단 지원 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사업 위주였다면 남북 정상회담 이후 경협은 전력 교통 등 덩치가 큰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빚까지 내서 기초노령연금 등 새로운 재정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대규모 경협사업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가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셈이다.

◆남북협력기금 증액 불가피

우선 경협의 돈줄인 남북협력기금이 크게 증액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협력기금의 올해 예산은 총 8704억원.통일부는 이를 내년에 1조2500억원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올해보다 3796억원(43.6%) 늘어난 규모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아직 정상회담에서 다룰 경협 대상과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통일부에서 기금예산 증액에 대해 얘기가 없다"면서도 "얼마간 증액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도 지난해 남북관계가 악화되기 전에 짜놓은 '2006~2010 중기재정계획'에서 기금 사업비 예산이 △2008년 1조485억원 △2009년 1조2678억원 △2010년 1조4568억원으로 늘 것으로 잡아놨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에너지 개발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SOC 지원 등의 분야에서 경협이 본격화될 경우 기금 규모가 수년 내에 연간 2조원 가까이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예산보다는 민간·해외자본 적극 활용

정부는 그러나 예산에 여유가 없다는 점을 감안,민간과 해외자금을 적극적으로 경협에 끌어들이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부처에서 요구한 257조원의 예산안을 집행하려면 약 10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경협 재원까지 예산으로 처리할 경우 나라 빚만 더 늘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는 9일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북한 핵문제가 해결돼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진전이 있을 경우 남북협력기금 외에도 국내외 민간자본과 국제사회의 지원 등 다양한 재원 조달을 통해 (경협)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남북협력기금을 끌어다 쓰고,그래도 모자라는 돈은 국내외 민간자금이나 국제기구 돈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규모 경협자금이 필요하다면) 우선 국회 동의를 받아 운용되는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하고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북한 개발 협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원 절차는 투명하게"

정부는 그러나 이런 대북 지원들이 앞으로 투명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00년 정상회담 후 대북송금사건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악몽 때문이다.

권 부총리는 이날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을 통한 경협자금 조달 방안과 관련,"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고 "남북 경협과 관련된 모든 절차는 국민의 동의를 거쳐 투명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남북 경제협력이 한반도 긴장 완화나 북한의 식량난 해결 등에 기여해왔지만 이를 한 단계 발전시키려면 철도 연결,통행절차 간소화 등 물적·제도적 여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해 경협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에도 적극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