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으로 야기된 신용시장 경색에 숨통이 트일 조짐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미국 경제가 견조한 만큼 금융시장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대형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는 8일(현지시간) 22억5000만달러의 5년 만기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베어스턴스는 운용 중인 2개 헤지펀드가 부실화돼 청산 절차에 들어갔으며 S&P사로부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당하는 등 서브프라임 부실 파문으로 곤욕을 치렀다.

따라서 베어스턴스가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제너럴모터스(GM)는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과 오넥스에 앨리슨 트랜스미션사업부를 매각하는 것을 지난 7일 완료했다.

GM은 지난달 말 신용경색으로 앨리슨 트랜스미션의 매각에 필요한 31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연기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또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은 이날 사상 최대 규모인 217억달러의 바이아웃(차입 매수)펀드를 조성했다고 밝혔다.

기업 및 사모펀드의 자금 조달이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지만 부분적으론 정상화 기미가 엿보이는 셈이다.

이와 함께 모기지 시장의 유동성 확대를 위한 조치도 취해지고 있다.

알폰소 잭슨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은 이날 "정부가 국책 담보 모기지 대출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모기지 보유 한도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1조4000억달러의 모기지 관련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모기지회사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보유 한도가 늘어나면 그만큼 모기지회사에 자금을 확대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구원투수' 역할을 일단 거부한 반면 정부는 신용경색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의지를 강조하기라도 하듯이 부시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 경제는 여전히 견조하고 건강하다"며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조만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아주 이례적인 것으로 시장참가자들의 동요를 진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베어스턴스의 신용등급과 모기지를 담보로 발행된 채권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떨어뜨려 시장의 혼란을 부채질했던 S&P사는 이날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으로 투자은행들의 3분기 실적이 안 좋아지겠지만 연말에는 다시 좋아질 것이라고 밝혀 시장의 안정에 기여했다.

S&P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모건스탠리 등 대형 투자은행들의 신용등급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영향으로 이날 다우지수가 1.14% 오르는 등 뉴욕증시는 지난 6일부터 3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우지수가 14,000을 돌파한 지난달 19일 이후 뉴욕증시가 3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기는 처음이다.

포천지가 헤지펀드의 슈퍼스타로 부른 레온 쿠퍼맨 오메가 어드바이저 회장은 서브프라임 사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증시 전망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뉴욕 증시의 하락 위험은 제한적이며 앞으로 1년간 주가 상승률도 두 자릿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퍼맨 회장이 향후 증시를 비교적 괜찮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한 달에 평균 14만5000명씩 늘어나는 고용. 그는 고용동향이 서브프라임의 부실 대출과 주택경기 부진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