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창업투자회사가 문화산업의 새로운 '돈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지자체가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산업 투자회사만 3개나 되고 이들이 조성하는 펀드 규모도 각각 300억~5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제작사 등의 증시 우회상장으로 풍부한 자금을 확보하고도 올해 흥행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화 산업계는 이들 지자체 주도 창투사들의 투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부산시가 지원하는 문화 콘텐츠 전문 창투사 '아시아문화기술투자'는 현재 법인 설립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본금 70억원에 대한 주금 납입이 다음 주께 이뤄지면 이달 안에 정식 설립 절차를 마칠 예정이다.

이 창투사에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PMC프로덕션 SM엔터테인먼트 캐릭터플랜 등 유수의 문화 관련 업체들이 주주로 참여한다.

설립과 함께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영화 공연 등에 대한 투자에 나설 계획.대표는 기획시대에서 영화 '화려한 휴가'를 공동 기획했던 이성호씨가 맡는다.

이 대표는 "국내 최초로 문화 산업에만 투자하는 전문 창투사가 생기는 것"이라며 "투자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화 산업계에 큰 활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도와 손잡은 '충남KI기술투자'는 미국 업체와 합작으로 대규모 애니메이션 투자 계획을 밝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와인스틴 컴퍼니 및 고텀그룹과 함께 총 4000만달러(약 370억원)를 투자해 3D애니메이션을 제작할 계획이다.

충남KI기술투자는 지난 6월 코스닥 상장사인 케이스 인피트론 등이 출자해 자본금 70억원 규모로 출범했다.

이 회사의 김철우 대표는 제일창투와 화이텍기술투자 등에서 '사랑 따윈 필요 없어' 등의 영화에 투자한 경력이 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 출신이다.

김 대표는 "이르면 10월께 첫 애니메이션 제작에 들어간다"며 "애니메이션 외에 영화 등에도 투자하는 문화 펀드를 연내 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지난해 말 설립에 참여한 '대경창업투자'(자본금 70억원)도 지역 문화 산업 부흥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대경창투에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5억원씩 출자했으며 대구은행(10억원) 삼보모터스(5억원) DMS(5억원) 등도 주요 주주로 등재됐다.

대경창투는 최근 300억원 규모의 '희망경제투자조합 1호'를 결성하고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대경창투의 김은석 부장은 "아직 전문 심사역이 많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인력을 보강해 게임 등 문화 콘텐츠 투자에 나설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병락 KM컬쳐 부사장은 "지자체 주도의 창투사들은 수익성을 최우선시하는 민간 업체들에 비해 폭 넓은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며 "문화 산업계에 양질의 자금이 공급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