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시장에 두산그룹 변수가 등장했다.

두산이 49억달러(4조5000억원)에 이르는 미국 중장비업체 잉거솔랜드 보브캣(소형 건설 중장비 사업부) 인수 자금을 대부분 국내에서 원화로 조달키로 했다는 소식이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어서다.

때마침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의 다른 나라 통화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 가능성과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시장 순매도로 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환율의 추가 하락 걱정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선업체들의 수주가 계속 호조를 보이는 만큼 원·달러 환율 상승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두산' 변수 영향력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잉거솔랜드 보브캣 인수와 관련,금융 주간사를 맡고 있는 산업은행은 인수 자금을 국내에서 원화로 조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국내의 원화 유동성이 워낙 풍부한 만큼 인수 대금을 외화로 조달하기보다는 원화 조달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봐 가며 신축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거의 모든 국내 은행이 신디케이티드론(금융회사 공동 대출)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표시할 정도로 이번 거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인수 자금의 상당 부분이 원화로 조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달러화로 결제할 인수 대금을 외화가 아닌 원화로 조달하면 대금 결제시에는 다시 달러화로 환전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수요가 생기고 원·달러 상승 요인이 된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과장은 "49억달러 가운데 상당 부분을 원화로 조달한다면 국내 외환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결코 적은 물량이 아니다"며 "일정 기준 이하로 환율이 내려갈 때마다 달러화를 분할 매수한다고 본다면 마치 당국이 개입하는 것처럼 환율 하락을 저지하는 역할은 물론 환율 상승을 이끄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세 어디까지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5일 달러당 913원90전까지 떨어지며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913원80전)에 근접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주식을 매각하면서 오름세로 반전,최근 8거래일 사이 9원50전이 올랐다.

이날 종가는 지난주보다 50전 오른 923원40전에 마감됐다.

외국인들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1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보이며 무려 6조6000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도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안전 자산 선호 영향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두산의 달러화 매입,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960원 선까지 급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원·달러 환율이 930~940원 선을 뚫고 위로 올라서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선업체를 비롯한 수출 기업들의 달러화 매물이 여전히 쌓여 있는 데다 한국은행이 유동성 긴축을 위해 콜금리 목표치를 추가적으로 올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한편 엔·달러 환율의 경우 엔화 강세가 가속화되면서 지속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원·엔 환율 종가는 100엔당 10원51전 오른 785원34전이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