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시 중심부 통덕탕 거리에 위치한 사이공트레이드센터.하루가 다르게 땅값이 치솟는 호찌민시에서도 가장 노른자위라는 이 빌딩 22층이 요즘 내부 인테리어 공사로 떠들썩하다.

법무법인 지평의 베트남 사무소가 다음 달 초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피치를 올리고 있는 현장이다.

공사 총 감독은 양영태 대표변호사와 강율리 변호사 부부.안식년을 맞아 지난해 말부터 이곳에 머물고 있지만 서울에서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양 변호사는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큰 청사진을 소개했다.

"중국 사무소도 9월에 오픈합니다.

캄보디아와 미얀마,러시아,인도 등에도 사무소 개설을 신중히 검토 중입니다." 이른바 '아시아 전문 로펌' 구상이다.

법무법인 정평은 '중소 로펌'과 '해외 진출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한다는 차원에서 일단은 베트남 '올인' 전략을 짰다.

베트남 변호사와 스태프를 포함하면 전체 직원이 15명.한국 로펌의 해외현지법인으로는 최대 규모다.

하지만 정평 역시 베트남을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 동남아 지역을 넘어 유럽까지 넘보기 위한 '트레이닝 기지'로 규정했다.

해외 사업을 총괄 지휘하는 임재철 변호사는 "올해 안으로 카자흐스탄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전체 옛소련 지역에 대한 법률 자문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일본에 처음으로 소속 변호사를 파견한 법무법인 화우는 중국과 베트남 진출에 따른 이해득실을 타진하고 있다.

해외에 내디디는 국내 로펌들의 발걸음이 당차다.

아직은 진출 지역이 중국 베트남 일본 등지에 불과한데도 저마다 '아시아의 맹주'가 되겠다는 야심찬 꿈을 꾸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과 2009년 로스쿨 출범 등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국내 영업 환경이 로펌들을 해외로 등 떠밀고 있는 것.여기에 더해 국내외 로펌 간 합병 등 법률시장 지각 변동을 앞두고 내심 "몸값을 올려보겠다"는 전략도 담겨져 있음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한 로펌 대표는 "외국 로펌들이 한국에서 제휴할 만한 로펌을 찾을 때 동남아 각국에 지사를 두고 있으면 메리트가 있지 않겠느냐"고 솔직히 털어놨다.

기업들의 동반 진출 요구는 더 매력적이다.

법률체계가 미비한 신흥 개발 국가에 진출했다 유무형의 장벽에 부딪친 기업들에 '해결사' 역할을 자청하는 로펌은 '사막의 단비' 같은 존재임에 틀림없다.

중국의 경제·금융 중심지 상하이에서도 가장 발전한 지역인 푸둥신구에 위치한 법무법인 대륙의 중국 대표처.이 사무소를 책임지고 있는 최원탁 변호사의 컴퓨터 모니터 앞에는 포스트 잇이 빈틈없이 붙어 있다.

쉴새 없이 전화가 와 상담 약속을 잡아야 하는 통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약속을 놓치기 십상이라고 한다.

최 변호사는 "상하이 교민 수가 1999년에는 2000여명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7만여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했다"고 말했다.

태평양의 김종길 변호사는 "중국 로펌에 한국 기업이 공정거래법 관련 자문을 구하면 중국에는 관련 법률이 없어 이해를 못해 엉뚱한 답변을 내놓기 일쑤"라며 "한국 기업에는 가려운 곳을 잘 찾아서 긁어줄 수 있는 한국 로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에 사무소를 개설한 한국 로펌들은 총 5곳.법무법인 광장 태평양 세종이 베이징에,대륙이 상하이에,굿모닝 코리아가 칭다오에 각각 사무실을 내고 활동 중이다.

하지만 로펌들이 대차대조표상으로는 재미를 못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투자 단계"라는 게 중론.상하이에 진출한 대륙과 호찌민의 로고스 정도가 손익분기점을 넘었다고 한다.

광장의 오승룡 변호사는 "숫자상으로 나타나는 것만을 보면 아직까지는 적자 단계"라며 "대표처를 개설함으로써 서울에 있는 사무소에 추가적으로 수익이 발생하고,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의미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