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는 미인투표다"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유명한 경제학자 존 케인즈가 한 말이다.

내 눈에 미인이나 시장주도 세력이 아니라고 하면 미인이 못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개인투자자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주식투자 행태를 모르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는 점을 빗댄 표현이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주식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은 탁월한 정보력을 발휘하여 미인주식을 미리 알거나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에 초보 수준의 개인투자자는 오를 만한 주식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증시에서처럼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과 적게 가진 사람이 나타나는 현상을 '정보비대칭'이라고 부른다.

정보의 양적·질적 격차가 부의 차이를 낳는다.

미인주식을 사야 큰돈을 벌 수 있듯이 좋은 대통령을 선출해야 나라가 번영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대통령을 뽑는 일이 주식투자와 마찬가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도 정보비대칭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후보의 자질과 능력 및 도덕성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대다수의 후보자들이 자신의 좋은 점은 널리 알리면서 부족한 점은 숨기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좋게 보이려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로 인해 후보자들과 유권자들 사이에 정보비대칭이 생기게 되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다 후보자의 화장술이 먹혀들면 정보의 비대칭은 더 심화된다.

이 같은 정보비대칭을 방치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한 유권자들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른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역선택이란 시장에서 수요자가 공급자보다 정보가 부족할 경우 불리한 상품을 선택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후보에게 불리한 정보가 숨겨질 경우 대다수 유권자들이 원하는 후보를 선택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질서와 시장경제원리는 정보비대칭을 그냥 두지 않는다.

개방과 경쟁원칙에 따라 정보비대칭을 해소하려는 반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정보가 부족한 쪽은 상대방의 사적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선별(screening)행위'를 한다.

후보검증이 선별행위의 대표적인 예다.

생업에 바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유권자들이 후보의 사적 정보를 탐색하는 데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게 든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수한 취재력과 분석력을 가진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차원에서 저렴한 비용(구독료)으로 후보자의 숨겨진 정보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후보와 유권자 간의 정보비대칭을 해소하는 또 다른 방법은 후보 상호 간의 의혹 폭로 공방을 들 수 있다.

일부에서는 후보 간에 지나친 폭로 공방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으나 유권자 입장에서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그 덕분에 유권자들은 별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새로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 후보 선택에 큰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에도 제약선은 있다.

반드시 사실에 근거해야 하며 정보수집과정의 적법성과 거증능력을 보여야 한다.

시장에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조작하거나 다른 회사 상품을 거짓정보로 음해할 경우 어떻게 될까.

사법적 처벌 이전에 기업의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져 주가가 폭락하거나 고객이 뚝 끊겨 최악의 경우 시장퇴출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정치에서도 거짓정보를 제공하여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할 경우 해당 정당이나 정치인은 정계를 떠나는 것이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불문율로 되어 있다.

후보들도 검증과정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스스로 정보비대칭을 더 많이 해소한 후보일수록 정직하고 깨끗하며 용기있는 인물로 평가받아 득표에 더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증시에서 큰돈을 벌어 고수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에게는 특징이 있다.

그것은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며 거짓정보를 판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주식투자와 대선은 미래가치에 대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선거판에서 떠도는 가짜 정보에 현혹되지 않고 미래가치를 제대로 식별하는 유권자들이 선거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

안순권 <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