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잠시나마 충격에 빠뜨렸던 삼성전자 기흥공장 라인 가동 중단 사태가 일부의 우려와 달리 사고 발생 하루 만에 정상화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6개 라인이 정상 가동된 지 12시간 만에 90%대인 원래 수율(정상 제품 생산 비율)을 회복했다"고 밝혀 하반기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수급에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발생 당시 시장과 전문가들에게서 쏟아져 나왔던 각종 우려할 만한 피해 상황은 기우(杞憂)로 끝난 셈이다.


◆33시간여 만에 수율 정상화

기흥공장의 6개 라인은 지난 4일 낮 12시를 기해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정전사고가 발생한 지 21시간30분 만이다.

이날 오전 4시30분에 300mm 웨이퍼 공정인 14라인과 S라인이 정상 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200mm 웨이퍼 공정을 쓰는 9라인과 8라인은 오전 8시부터 제품 생산을 재개했다.

또 7라인과 6라인도 낮 12시부터 완전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특히 4일 밤 12시께 수율을 원래 수준인 90% 이상으로 회복,단기간에 전력 공급은 정상화할 수 있지만 수율을 정상화하는 데는 최소 1주일에서 최대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란 시장의 우려를 일거에 해소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초 48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상과 달리 하루 만에 복구작업을 마치면서 예상 손실액도 50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초스피드 복구에 "역시 삼성"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번에 정전 21시간여 만에 공장을 완전 정상화한 데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와 시장은 당초 5일에서 수주가 걸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삼성전자가 초단기간에 복구를 마치자 "역시 삼성"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3일 정전사고가 알려진 직후 업계와 시장의 분위기는 우려 일색이었다.

기흥공장이 전 세계 낸드플래시 물량의 44%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핵심 생산기지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증권가 등에서 "완전 복구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업계와 시장은 '삼성발(發)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실제 3일(현지시간) 애플컴퓨터 주가는 삼성전자의 정전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전날 대비 1.34% 떨어진 134.66달러를 기록했다.

낸드플래시 현물 가격도 6~7% 급상승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처음에는 대형 거래선들이 불안해했으나 빠른 시간 내에 정상가동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안심했다고 전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 후속 여파는?

일단 삼성전자 기흥공장이 정상 가동됨에 따라 당초 우려와 달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수율을 33시간여 만에 정상궤도로 올려놓음에 따라 낸드플래시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재고 물량을 평상시 1주일가량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생산 차질에 따른 여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창규 사장도 4일 비상대책회의에서 "이번의 일시적인 정전에 따른 생산 차질 물량은 향후 추가 생산으로 조기에 만회할 수 있다"고 자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그러나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완전 정상화에 다소 의심스러워하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전력 공급과 라인 가동은 재개됐지만 생산시스템 안정화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반도체 제조설비를 단기간에 정상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수율 회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최종적인 정상화 여부는 3분기 실적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