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홈쇼핑을 보고 있노라면 출연자들이 설명하는 제품에 금세 빠져들게 된다.

당장이라도 주문하지 않으면 왠지 손해를 볼 것 같은 기분이다.

게다가 "오늘 이 가격은 마지막 가격으로 주문이 쇄도하고 있으니 서둘러 달라"는 멘트가 곁들여지면,마음은 어느새 쫓기듯이 바빠져 자신도 모르게 전화 다이얼을 누르게 된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지름신(神)'이 내렸다고 한다.

'돈을 지르도록 부추기는 신'을 의미하는 것으로,마치 무엇인가에 홀려 충동구매를 하는 행동을 일컫는다.

지름신은 특히 '한정판매''매진임박''주문쇄도'라는 말에 오금을 펴지 못한다.

물건을 사야만이 직성이 풀린다.

이미 우리 사회는 지름신의 농간으로 충동구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홈쇼핑의 시청자 중 60%가 '충동구매를 한다'고 실토할 정도이니,그 심각성을 짐작할 만하다.

마침내 방송위원회가 TV 홈쇼핑의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를 하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오늘부터 근거없이 '마지막' '단 한번' 등의 충동적 구매를 자극하는 표현을 쓸 경우,규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탐나는 상품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길거리의 전광판,주위에 널부러져 있는 광고물,화려한 조명속 상품들의 유혹은 뿌리치기 어려울 지경이다.

과거에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충동구매가 만연했으나,이제는 신용카드가 일반화되면서 중산층과 서민층에도 확산되는 추세다.

영국에서는 충동구매를 일삼는 쇼핑중독증을 정신병으로 구분해 의료보험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 미국에서는 뇌의 활동을 추적해 충동구매의 비밀을 밝혀내기도 했다.

개인은 물론 가정까지 파탄에 이르게 하는 충동구매를 어떻게든 줄여보자는 의도에서다.

충동구매는 경제성장으로 인한 신종질환이라고 치부하지만,따지고 보면 가족들의 책임이 더 큰 것 같다.

배우자의 관심이 충분치 못하거나,생활이 권태로울 때 충동구매에서 대리만족을 얻기 때문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