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는 암세포가 뼈 신경 연조직에 침투하거나 수술 방사선 항암제 등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통증을 겪게 된다.
암환자의 통증은 빈도와 정도가 일반 통증보다 심해 환자의 치료의지를 꺾고 불안과 우울감에 휩싸이게 만든다.
오죽하면 암환자가 오래 사는 것보다 하루를 살아도 통증이 없는 게 낫다고 호소할까.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가 지난해 9월부터 두 달간 63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 암환자 7224명을 조사한 결과 44.9%에 해당하는 3245명이 통증을 느끼고 있으며 이들 중 60.8%는 수명연장보다 통증감소가 더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통증 때문에 잠을 깬다고 답한 환자는 54%,통증 부위가 여러 곳인 환자도 46%에 이르렀다.
또 의사들이 자신의 통증을 과소평가한다고 느끼는 환자는 22.5%정도였다.
따라서 암성 통증은 으레 그러려니 하고 간과하기보다는 조기에 적극적으로 완화하는 게 환자의 삶의 질이나 수명연장에 도움이 된다.
일반적인 통증이 급성이고 심장박동촉진 호흡곤란 같은 교감신경계 증상을 동반한다면 암성통증은 대체로 교감신경 증상 없이 만성적으로 둔중하고 강하게 나타나는 게 다르다.
암이 뼈 신경 연부조직을 침범한 경우에 보다 강도가 심하다.
반면 혈액암의 경우 통증의 강도나 빈도가 낮다.
암성통증은 일반적으로 약물치료가 주가 된다.
쓰이는 진통제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비마약성 진통제로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아스피린 인도메타신 이부프로펜(부루펜) 나프록센(아나프록스) 등이 쓰인다.
아세트아미노펜이 가장 많이 쓰이는 편이다.
이부프로펜과 나프록센은 진통과 함께 소염효과가 강력하며 관절염,골막염,암의 골 전이 등에 의한 통증에 보다 나은 진통효과를 낸다.
약한 마약성 진통제로는 코데인 디하이드로코데인 트라마톨 마이프로돌(아세트아미노펜+코데인+이부프로펜), 강한 마약성 진통제로는 모르핀 펜타닐 옥시코돈 등이 있다.
상당수 연구에 따르면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해도 환자의 30∼40%는 중등도 이상의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료진이 암 환자의 통증을 가벼이 여기거나 마약중독의 위험성을 과대평가해 적정량보다 부족한 용량을 투여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는 대체적으로 호흡억제 졸림 의식소실 변비 구역질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드물게 의존성을 유발할 수 있다.
암환자는 일반인과 다르기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로 인한 탐닉성과 의존성이 생기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통증이 생기면 초기부터 적정량으로 시작해 다소 과량까지 공격적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는 게 요즘의 추세다.
홍영선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암성 통증을 느끼면 '원래 암은 아픈 것이려니'하고 자포자기해선 안 된다"며 "모르핀은 마지막에 몹시 아플 때나 사용하는 것이라거나 모르핀을 계속 맞으면 중독된다는 그릇된 선입견을 버리고 통증 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1회 복용으로 약효가 12시간 지속되는 서방형의 옥시코돈(먼디파마 옥시콘틴)이나 모르핀 정제(하나제약 엠에스알정), 펜타닐 성분의 붙이는 패취제(한국얀센 듀로제식) 등이 나와 약물사용이 보다 간편해졌다.
듀로제식의 경우 한 번 붙이면 3일간 진통효과가 지속되며 샤워나 간단한 운동을 해도 지장이 없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