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예술에는 사람의 영감이 담긴 마술같은 게 있어요.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비롯해 칼 라거펠트,토미힐 피거,케이트 모스,나오미 캠벨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패션모델에게 렌즈를 바짝 들이대면 나도 모르게 묘한 힘이 솟습니다.

카메라로 패션의 감동적인 영감을 잡아내는 것이 그렇게 흥미로울 수 없거든요."

패션 다큐멘터리 사진을 선보이는 김경태씨(예명 KT KIM·46)의 '사진쟁이론'이다.

서울 관훈동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8월1~13일 사진전을 갖는 김씨는 "패션이 일상 공간 속에서 천을 재단하며 시각적인 미학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사진은 작가의 영감이 깃든 공간을 아름답게 재단하는 것과 같다"면서 "패션을 사진으로 풀어내는 사람은 일종의 '공간 재단사'"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1992년 일본 도쿄에서 구입한 콘탁스 167MT 카메라에 표준렌즈를 달고 신주쿠역 앞에서 오가는 행인들을 마구 찍었다.

흑백의 조화를 추구하는 영국의 사진작가 마이클 케냐를 흉내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그때 찍은 수백점의 프린트를 들고 같은 동네에 사는 사진작가 김중만씨를 찾아갔다.

이것이 본격적인 '사진쟁이' 인생의 시작이었다.

"당시 중만이형은 내가 뽑아간 프린트를 주욱 훑어본 후 참 잘했다고 칭찬하면서 작품성 있는 프린트에 동그라미 표시를 해주더군요.

그때부터 용기를 얻었죠.평소에는 고양이의 몸짓과 표정에서 '찰나의 영감'을 잡아내는 걸 좋아합니다."

독학으로 사진의 길을 걸어 온 그는 사진예술이 '영감의 마술'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공간 재단사,KT KIM'이란 주제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세계 패션의 현장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사진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인물이기도 한 패션잡지 '보그'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를 비롯해 샤넬의 디자이너 칼라거 펠트,패션모델 나오미 캠벨 등의 친필 사인 작품도 선보인다.

그는 지난 5월 사진에세이집 '올 댓 패션(All that fashion)'도 출간했다.

8월1일 전시 개막 행사에서는 데니정의 색소폰 연주회도 열린다.

(02)734-755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