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 9일째인 27일,피랍자 가족들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분당타운 지하 1층에 새로 마련한 가족 대기실에 모여 피랍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언론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살해된 분당 샘물교회 고 배형규 목사의 부인인 김희연씨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호소문을 통해 "이번 사태의 희생자는 남편 한 사람으로 족하다"며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김씨는 현재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대해 한동안 말을 하지 못하고 흐느끼다 "믿기지 않는 소식인데 단 한 번만이라도 (남편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해 장내를 숙연케 했다.

○…배 목사의 부친인 배호중씨(72.영락교회 장로)는 이날 배 목사의 추모 예배 참석차 제주영락교회에 왔다가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을 만나 "우리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남은 22명이 빨리 풀려나는 것뿐"이라며 "그래야 우리 형규도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씨는 "그동안 몸이 말을 안들어서 여러분들을 뵙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오늘 아침 정신차리고 가족들이 모여 남은 분들이 하루 빨리 무사히 풀려나기를 기도했다"고 말했다. 고 배목사의 부모와 친척들은 배 목사의 장례절차 등을 협의하기 위해 28일 오전 항공편으로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한편 제주영락교회에는 이날 오후 분향소가 마련돼 인도네시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김태환 제주지사 등이 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분당 샘물교회 피랍자 대책반은 고 배목사 장례를 교회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장례위원회(위원장 박은조 담임목사)를 구성했다. 대책반은 28일 오후 2시에 분당 서울대병원 영안실에 빈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장례위는 시설,영접,안내,장례,총무,섬김,집행 등 7개팀(100여명)을 구성해 배 목사에 대한 장례 절차를 돕기로 했다.

성선화/박민제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