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성숙. 수익제고 도움 안돼

코스피지수가 대망의 2000선을 돌파한 후 이틀 연속 급조정을 받자 시장 일각에선 2000선 안착의 꿈이 섣부른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최근 몇 달 동안 지수를 가파르게 끌어올린 개인 자금에 대한 불안함이 자리잡고 있다. 물론 이번 시장 급락은 1차적으로 외국인 순매도가 촉발시켰다.

하지만 외국인은 가격을 무리하게 낮추며 팔지 않은 속성 탓에 외국인 매도가 시장 흐름을 무너뜨릴 정도는 못 된다. 문제는 개인인데,만약 개인이 투매에 나설 경우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신용융자 등을 감안하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수 2000시대 안착을 위해선 무엇보다 개인들 사이에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는 후진적인 투자 문화와 마인드가 바뀌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첫 번째 문제는 단기투자 성향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의 평균 회전율은 최근 들어 낮아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300%를 웃돌고 있다. 이는 100%대인 선진국과 비교해 아주 높은 수준이다. 회전율은 주식의 매매 빈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라면 모든 주식이 한 번씩 매매됐다는 뜻이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개인들이 단기 투자를 많이 한다는 의미"라며 "매매가 잦으면 시장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번 주식에 투자하면 최소 1년 이상은 묻어두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시장도 성숙해지고 결과적으로 개인들도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 부장은 특히 "장기 투자는 복리의 마술로 이어져 개인들이 주식으로 돈벌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복리효과란 이자에 이자가 꼬리처럼 붙으면서 시간이 갈수록 수익률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말한다.

가령 미래에셋의 대표적 장수 상품인 '인디펜던스펀드'의 경우 2001년 설정된 이후 6년반 만인 지난달 초 누적 수익률이 600%에 달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이달 25일 종가 기준 누적수익률은 712.44%로 불과 한 달 새 수익률이 100%포인트 불어났다. 이는 전형적인 복리효과 덕분이다.

기대수익 눈높이를 낮추는 것도 지수 2000 시대 안착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마인드로 지적된다. 허남권 신영투신운용전무는 "과거처럼 단기간에 대박을 내겠다는 조급함으로 접근할 경우 아무리 증시 유동성이 넘쳐나더라도 시장의 지속적인 상승은 어렵다"며 "정기예금 금리의 2배 정도인 연 10% 안팎의 수익에 만족하겠다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위험 중간수익을 목표로 하는 건강한 자금이 넘쳐나야 증시 전체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