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탈레반 무장세력으로부터 석방된 것으로 전해졌던 한국인 피랍자 8명의 행방은 26일 오전까지도 오락가락을 반복하는 등 미스터리 그 자체였다.

8명 석방설을 처음 보도한 것은 일본 교도통신으로 25일 오후 6시51분(한국시간)이었다.

교도통신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의 최후 협상 시한(6시30분) 몇 분 전에 거액의 몸값을 지불하고 석방을 약속받았다고 전했다.

8시58분께에는 "8명이 석방돼 안전한 곳으로 이동 중"이라는 얘기가 우리 정부 소식통을 통해 흘러나왔다.

11시3분에는 일본 NHK방송이 아프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8명의 성별이 여성 7명과 남성 1명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26일 0시16분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유수프 아마디는 "한국 정부의 8명 석방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찬물을 끼얹었다.

8명이 아직 억류돼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8명을 석방하겠다"는 계획을 접수하고 접선 지점에 나갔으나 한국인 인질들은 오지 않았다고 아프간 정부 관계자가 재확인해 일대 혼선이 빚어졌다.

다시 오전 2시8분.AP통신은 한국인 인질 가운데 여성 6명과 남성 2명이 석방돼 아프간 가즈니주 미군기지로 이송됐다고 서방 관리의 말을 인용,카불발로 타전했다.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하지만 2시50분 우리 정부 당국자는 "석방을 확인할 단계가 아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납치,억류된 지 7일 만에 낭보로 전달됐던 8명 석방설은 반전을 거듭해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어갔다.

미스터리가 한꺼풀 벗겨진 것은 탈레반이 제시한 최후 협상 시한을 26분 넘긴 오전 5시56분.8명의 석방이 합의돼 인도 장소로 옮기던 중 급거 무장세력의 본거지로 되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는 NHK 보도였다.

NHK에 따르면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의 협상은 25일 일단 합의에 이르러 8명이 아프간 정부 측에 인도되는 것으로 결정됐으나 탈레반 측이 인질 8명을 건네기 위해 석방 장소로 향하던 중 주변에 아프간 정부의 전차 등이 배치된 것을 확인하고 자신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판단,본거지로 귀환했다는 것이다.

결국 8명의 행방은 원점 회귀였다.

그리고 26일 오후 3시27분.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2명은 아직 탈레반에 인질로 잡혀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8명의 석방을 둘러싼 미스터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