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한 이후에 도굴된 문화재임을 알고 이를 은닉했다고 해서 형사처벌을 내리거나 몰수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동흠 헌법재판관)는 26일 도굴된 문화재인줄 뒤늦게 알고 이를 은닉한 사람에 대해 처벌하고 해당 문화재를 몰수토록 한 문화재보호법 제81조 4항 등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해당 법조항은 사법상 보유권한의 유무를 불문하고 도굴 등이 된 문화재임을 안 경우,특히 선의취득 등 사법상 보유권한의 취득 후에 도굴됐다는 것을 알게 된 경우까지 처벌과 몰수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재산권 행사의 사회적 제약을 넘어 불필요하거나 지나치게 가혹한 부담을 부과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모르고 도굴문화재를 샀거나 산 뒤 도굴문화재임을 인식해 뒤늦게 은닉했더라도 사적 소유를 우선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헌재는 나아가 "문화재가 국가의 문화재 관리망을 벗어나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면서도 "그같은 입법목적은 당해 문화재의 보유ㆍ보관자에 대한 신고의무나 등록의무의 부과 및 그 위반에 대한 제재를 통하여도 달성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해당조항의 위헌이유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헌재의 결정은 '선의 취득'일 경우 도굴문화재라도 소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도굴된 문화재인 점을 알고도 보관하는 행태가 다양한데 이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적시하지 않은 법률이 위헌임을 지적한 판결"이라며 "입법적으로 보완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