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망각의 造化에서 벗어나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金秉柱 < 서강대 명예교수·경제학 >
마닐라 시내 말라카낭 궁은 필리핀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던 건물이다.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 취임 이후 박물관으로 바뀌어 일반에 공개되고,정작 대통령 집무실은 옆 건물 영빈관으로 옮겨졌다.
전시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000켤레가 넘는 구두 컬렉션이다.
수많은 디자이너 의상,값진 보석류 장식품들도 볼거리다.
해외로 망명 간 독재자 마르코스의 처(妻) 이멜다가 컬렉션의 장본인이다.
1960년대 초반까지 필리핀은 잘나가는 나라였다.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 가는 선진국이었고 한국보다 잘 살았다.
장기 집권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무능과 부패가 나라를 거덜냈다.
결국 반독재 운동에 밀려 퇴출된 마르코스는 하와이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가 1989년 지병으로 사망했다.
민주화 이후 필리핀인들은 다시 예전의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이 이루어지기를 염원했다.
그러나 대통령 자리가 외자 유치와 시장경제 원리의 도입에 한때 적극적이던 라모스를 거쳐 에스트라다와 아키노로 이어지면서 국민의 꿈이 버림 받았다.
오늘날에도 부패와 소득 양극화는 여전하고,인구의 절반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국내에 일자리가 없어 똑똑하고 근면한 사람들은 해외로 내몰리게 돼 현재 그 숫자가 인구의 10% 이상에 이른다.
이들은 주로 값싼 하위직종에서 일하며 벌어들인 돈을 본국으로 송금해 본국 가족들을 부양한다.
기이한 일은 국민생활이 빈곤해질수록 이멜다의 인기가 되살아난다는 사실이다.
근래 그녀는 국제적으로 뉴스 미디어에 자주 오르면서 마르코스 시대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일부 국민들도 동조하고 있다고 한다.
'마르코스 가족은 지나간 역사의 일부이고,나와는 아무 관계 없다''그들은 유명인사들'이라고 보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망각의 조화(造化)는 어느나라 국민에게나 차별 없이 찾아드는 전염병이다.
사람들의 기억력은 선별적이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망각의 무덤에 묻어버린다.
현실이 불행하다고 느낄수록 과거를 미화하고 동경하는 버릇이 도진다.
한국도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권위주의 시대가 물러가고 1993년부터 민간 정치인 출신 대통령을 세 번 거듭 당선시켰다.
각양각색의 개혁조치들도 실험됐고 군사문화도 퇴색됐다.
'문민' '국민' '참여'의 정부들을 경험하면서 국민의 기대는 긍정에서 부정으로 바뀌었다.
'문민'정부 초기 80%를 크게 상회했던 국정 지지도가 하향곡선을 그려오다가 근래 '참여'정부는 20% 아래로 처지는 지지를 나타내고 있다.
민간 출신 대통령들이 각자 나름대로 업적을 내세우고 싶겠지만,국민들 사이에 지난날 군사권위주의 시대에의 회귀 선망을 키운 죄과는 모든 업적을 뒤엎을 만큼 중대한 허물이다.
일반 국민들도 과거의 고도 경제성장만을 기억하고 정치적 억압의 폐해를 잊는 것은 잘못이다.
고도 성장의 햇빛 그늘에 불균형의 곰팡이가 자라고 있었음을 부인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엄연한 것은 그 시대에 후진국 탈피,절대빈곤의 퇴치,국민의 낙관적 기대 충만이 실현돼 현재 한국의 기초가 마련되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소득양극화 타령도 그 토대 위에서 나올 수 있는 한가로운 소리다.
최근 미국 전문 여론조사 기관(Pew)의 발표에서 밝혀졌듯이 성장 엔진이 덜컹거리는 한국의 조사 결과가 밝지 않다.
한국인의 국가만족도는 47개국 중 최하위권(9%, 팔레스타인 수준)이고,자녀세대 장래 걱정도 많다.
아마도 정부 불신,일자리 부족,물가고,교육난 등이 주범일 것이다.
국민들은 이번 대선을 불만 표출의 기회로 삼을 것이다.
과거 부정(否定)을 업으로 삼거나 과거와의 인연 고리에 매달리는 사람의 선출은 저주를 부를 것이다.
이멜다에 동정을 보내는 필리핀 국민은 구원을 기대할 수 없다.
뒤돌아보지 말고 앞을 내다보고 열심히 일할 사람을 지지하는 국민이어야 과거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닐라 시내 말라카낭 궁은 필리핀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던 건물이다.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 취임 이후 박물관으로 바뀌어 일반에 공개되고,정작 대통령 집무실은 옆 건물 영빈관으로 옮겨졌다.
전시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000켤레가 넘는 구두 컬렉션이다.
수많은 디자이너 의상,값진 보석류 장식품들도 볼거리다.
해외로 망명 간 독재자 마르코스의 처(妻) 이멜다가 컬렉션의 장본인이다.
1960년대 초반까지 필리핀은 잘나가는 나라였다.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 가는 선진국이었고 한국보다 잘 살았다.
장기 집권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무능과 부패가 나라를 거덜냈다.
결국 반독재 운동에 밀려 퇴출된 마르코스는 하와이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가 1989년 지병으로 사망했다.
민주화 이후 필리핀인들은 다시 예전의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이 이루어지기를 염원했다.
그러나 대통령 자리가 외자 유치와 시장경제 원리의 도입에 한때 적극적이던 라모스를 거쳐 에스트라다와 아키노로 이어지면서 국민의 꿈이 버림 받았다.
오늘날에도 부패와 소득 양극화는 여전하고,인구의 절반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국내에 일자리가 없어 똑똑하고 근면한 사람들은 해외로 내몰리게 돼 현재 그 숫자가 인구의 10% 이상에 이른다.
이들은 주로 값싼 하위직종에서 일하며 벌어들인 돈을 본국으로 송금해 본국 가족들을 부양한다.
기이한 일은 국민생활이 빈곤해질수록 이멜다의 인기가 되살아난다는 사실이다.
근래 그녀는 국제적으로 뉴스 미디어에 자주 오르면서 마르코스 시대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일부 국민들도 동조하고 있다고 한다.
'마르코스 가족은 지나간 역사의 일부이고,나와는 아무 관계 없다''그들은 유명인사들'이라고 보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망각의 조화(造化)는 어느나라 국민에게나 차별 없이 찾아드는 전염병이다.
사람들의 기억력은 선별적이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망각의 무덤에 묻어버린다.
현실이 불행하다고 느낄수록 과거를 미화하고 동경하는 버릇이 도진다.
한국도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권위주의 시대가 물러가고 1993년부터 민간 정치인 출신 대통령을 세 번 거듭 당선시켰다.
각양각색의 개혁조치들도 실험됐고 군사문화도 퇴색됐다.
'문민' '국민' '참여'의 정부들을 경험하면서 국민의 기대는 긍정에서 부정으로 바뀌었다.
'문민'정부 초기 80%를 크게 상회했던 국정 지지도가 하향곡선을 그려오다가 근래 '참여'정부는 20% 아래로 처지는 지지를 나타내고 있다.
민간 출신 대통령들이 각자 나름대로 업적을 내세우고 싶겠지만,국민들 사이에 지난날 군사권위주의 시대에의 회귀 선망을 키운 죄과는 모든 업적을 뒤엎을 만큼 중대한 허물이다.
일반 국민들도 과거의 고도 경제성장만을 기억하고 정치적 억압의 폐해를 잊는 것은 잘못이다.
고도 성장의 햇빛 그늘에 불균형의 곰팡이가 자라고 있었음을 부인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엄연한 것은 그 시대에 후진국 탈피,절대빈곤의 퇴치,국민의 낙관적 기대 충만이 실현돼 현재 한국의 기초가 마련되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소득양극화 타령도 그 토대 위에서 나올 수 있는 한가로운 소리다.
최근 미국 전문 여론조사 기관(Pew)의 발표에서 밝혀졌듯이 성장 엔진이 덜컹거리는 한국의 조사 결과가 밝지 않다.
한국인의 국가만족도는 47개국 중 최하위권(9%, 팔레스타인 수준)이고,자녀세대 장래 걱정도 많다.
아마도 정부 불신,일자리 부족,물가고,교육난 등이 주범일 것이다.
국민들은 이번 대선을 불만 표출의 기회로 삼을 것이다.
과거 부정(否定)을 업으로 삼거나 과거와의 인연 고리에 매달리는 사람의 선출은 저주를 부를 것이다.
이멜다에 동정을 보내는 필리핀 국민은 구원을 기대할 수 없다.
뒤돌아보지 말고 앞을 내다보고 열심히 일할 사람을 지지하는 국민이어야 과거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