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체제로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한 건 기적이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6일 "과거 한국의 성공 신화를 만든 원리는 1987년에 끝났는데,우리 체제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며 "국민소득 3만,4만달러로 가기 위해선 정부가 교육을 만들고,경제를 만들어내던 체제에서 경제가 사회와 정치를 이끄는 체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이날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최고경영자대학에 참석해 "기업이 100km로 달리고 있다면 학교는 30km,정부는 20km로 달린다"며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조직 중 가장 앞선 건 경제조직,즉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여기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세계에서 '경쟁 밀도'가 제일 높기 때문"이라며 "좁은 땅덩어리에 오밀조밀 살다보니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이노베이션(혁신)으로 폭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이어 "하지만 여전히 정부가 주도하는 현재의 체제는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맞는 체제"라며 "국가는 기업이 혁신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규제자(regulator)에서 코디네이터(cordinator)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송 교수는 앞서가는 기업의 욕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 제도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밤 11시에 고1짜리 딸을 데리러 갔다가 제가 학교에 다니던 30년 전과 하나도 바뀐 게 없다고 생각했다"며 "현재의 교육 제도는 포디즘(fordism),즉 대량생산체제에 맞는 교육"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식기반 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갖춘 인재,기존과는 전혀 다른 사고를 하는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학교에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마지막으로 "기업의 역할은 교육이 배출한 창조적 인재를 받아들여,조직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상업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