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기업 대출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차입매수(LBO)를 통해 왕성하게 기업을 사들이던 사모펀드들이 잇따라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증시를 달구던 기업 인수·합병(M&A) 붐도 한풀 기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모펀드인 서버러스는 미국 대형 자동차메이커 크라이슬러를 차입매수 방식으로 사들이기 위해 120억달러 규모의 대출채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자금을 대려는 투자자를 찾는 데 실패했다.

지급 이자율을 두 차례나 올렸지만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서버러스는 이번 대출 차질에도 불구하고 크라이슬러 인수작업을 계획대로 진행해 올 3분기(7~9월) 중에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버러스는 지난 5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지분 80.1%를 74억1000만달러에 인수키로 결정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충격은 영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모펀드 KKR가 영국 최대 의약품 유통업체인 얼라이언스부츠를 인수하기 위해 발행한 대출채권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로 인해 채권 발행을 주간한 도이체방크와 JP모건체이스 등 6개 투자은행들은 50억파운드(약 100억달러) 규모의 대출채권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이들 은행은 일단 32억5000만파운드 규모의 선순위 대출채권은 보유하고 나머지 17억5000만파운드의 후순위 채권은 이자율을 높여 재매각을 추진키로 했다.

최근 5년간 사모펀드들은 주로 차입매수를 통해 손쉽게 M&A 자금을 조달해왔다.

이로 인해 기업 간 짝짓기가 활발해졌고 세계 증시도 M&A를 재료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그러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신용경색 우려가 높아지면서 자금줄이 막혀 KKR나 서버러스와 같은 대규모 사모펀드들도 최근엔 투자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5주 동안 최소 35개 기업이 자금 차입에 차질을 빚었을 것으로 추산했고,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최근 들어 160억달러 규모의 차입매수 및 고수익 채권 매각이 지연 또는 취소됐다고 분석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