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해 해외 투자를 끌어들이고 국내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컨설팅업체인 KPMG가 92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법인세율 분석 결과를 인용,지난 1년간 유럽연합(EU)의 평균 세율이 1.6%포인트 하락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조사대상국 가운데 18개국이 법인세를 낮춘 반면 인상한 곳은 두나라에 그쳤다.

27개 EU 가입국 중 영국 독일 스페인 등 7개 나라가 지난해 세율을 인하,현재 EU의 법인세율은 24.2%로 낮아졌다.

이로써 EU의 법인세율은 지난 10여년간 11.3%포인트 하락했다.

FT는 동유럽 등 신규 EU 회원국들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잇따라 세금을 낮추면서 선진국 중 유럽 지역의 법인세율이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헝가리와 폴란드의 법인세율은 현재 각각 16%와 19%에 머물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율이 높은 아시아 지역 주요 국가들도 법인세 인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법인세를 약 11%포인트 인하했고 베트남도 7%포인트 내렸다.

중국은 내외자기업 소득세법 통일안에 따라 내년부터 내자기업 법인세를 기존 33%에서 25%로 인하한다.

싱가포르는 현행 20%의 법인세율을 올해 18%로 낮추기로 했고 말레이시아도 올해와 내년 각각 1%포인트씩 내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2005년 27.5%(지방세 포함)로 약 2%포인트 하향 조정된 후 바뀌지 않고 있다.

KPMG가 조사한 92개국의 전체 평균 법인세율은 26.8%로 전년에 비해 0.4%포인트 낮아졌다.

KPMG 세무담당 연구팀장인 로린 히키는 "지난해의 법인세율 인하는 전체적으로 볼 때 그리 크지 않은 수준"이라며 "그러나 다국적 기업의 해외투자 지역 선정에서 세금이 가장 큰 변수로 부상함에 따라 세계 각국이 법인세 추가 인하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KPMG는 각국이 법인세 인하로 줄어든 세수를 충당하기 위해 소비세와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를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낮춘 유럽의 간접세 평균 세율은 19.5%로 남미(14.2%)와 아시아(10.8%)보다 높다.

지난 2월 싱가포르가 소비세를 2%포인트 올린 데 이어 독일도 부가가치세를 3%포인트 인상했다.

KPMG의 히키 팀장은 "간접세 인상이 국민에게 고통을 준다는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인하를 선택하고 있다"며 "이는 그 어느 때보다 투자환경 개선에 대한 각국의 열의가 높다는 것을 말해 준다"고 말했다.

KPMG가 영국에 진출한 50개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사업지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세금을 꼽았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