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10년을 여는 사람들 - 오세훈 서울시장 >

"미래는 정보 → 매력으로 권력이동 서울에 문화폭탄 쏟아 붓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슬로건은 '창의 시정(創意 市政)'이다.

'창의성'이 서울시의 비전으로 설정된 적이 있었던가.

무척 이례적이라는 느낌이다.

여기에 오 시장은 문화 콘텐츠 창조 상상력 등의 키워드를 유난히 강조한다.

이런 단어들은 민간기업이 주로 경영혁신을 추진할 때 사용하는 것들이다.

'2007 한국은 어떻게 일어설 것인가' 특별취재팀이 오 시장 측에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다.

그는 삼성경제연구소의 'SERI CEO'특강을 꼭 듣는다고 했다.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과 참석한 기업인들의 생각을 알기 위해서란다.

오 시장에게 "창의 시정이 잘 구현되고 있느냐"고 대뜸 물었다.

"얼핏 생각할 때 잘 안될 것 같은 느낌"이라는 기자의 섣부른 추측과 함께였다.

오 시장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면서도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흔들림 없이 잘 추진되고 있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24일 서울시 산하 투자기관들이 참여하는 '창의경영 사례발표회'를 직접 참관해볼 것을 권했다.

그는 공공부문의 개혁이 △인센티브의 제도적 방편 부족 △평가의 계량화 어려움 등을 이유로 일정한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름대로 효율적인 경쟁시스템과 민간의 성과-보상체계를 과감하게 도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창의시정을 굳이 설명하면 이런 겁니다.

공무원들이 보다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정책 아이템을 발굴하고,스스로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 시민 고객들을 만족시켜나가는 거죠.이런 시스템이 마치 유전자처럼 조직과 조직 간,조직과 개인 간에 전파되고 학습되는 게 창의시정입니다."

오 시장은 이를 통해 '매력적인 서울'을 건설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비전을 '퓨처 마킹'이라고도 했다.

삼성 GE 도요타 등이 상호 벤치마킹을 통해 초일류기업의 대오를 차지했듯이 서울시도 미래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해외 경쟁도시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흔히 '파워 시프트'라고 하지요.

권력의 원천이 물리적인 힘에서 부(富)로,다시 정보로 넘어간다고 그러지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권력의 마지막 물결은 매력입니다.

매력이야말로 차세대 파워의 원천입니다.

사람을 이끌어나가는 힘의 원천도 매력이지요.

서울시나 정부,다른 조직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오 시장은 서울을 매력있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 바로 서울을 경쟁력있는 도시로 만드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매력있는 도시의 첫번째 기준은 '문화'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화폭탄을 쏟아붓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문화분야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돈과 인력을 들이더라도 소용이 없어요.

서울시민의 공연 관람률이 1%가 되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는데,참 큰일이에요.

딴 방법이 없어요.

양질의 문화콘텐츠를 만들어서 폭탄처럼 시민들에게 쏟아부어야 합니다."

오 시장은 그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5년,10년이 지나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문화 자본과 문화 시민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고,도시와 나라의 경쟁력도 향상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오 시장에게 문화자본의 개념에 대해 다시 물어봤다.

서울시의 문화자본이 국가경쟁력 향상으로 어떻게 바로 연결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지금은 국가 대 국가의 경쟁이 아니라 도시와 도시 간 경쟁이 중요해졌다"고 했다.

예를 들어 중국 하면 뭔가 짝퉁이나 싸구려 이미지가 떠오르는 반면 상하이 하면 첨단과 고급스런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따라서 서울의 이미지가 한국의 품격과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는 얘기였다.

오 시장은 이어 "도시가 단순히 경제적 자원과 인적 자본만 갖고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류도시가 되려면 파리 런던 뉴욕처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문화자본들을 많이 갖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로는 최초로 디자인 전담조직인 '디자인 총괄본부'를 신설했으며 서울시의 모든 행정 영역을 디자인 콘텐츠로 탈바꿈시키는 데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에게 "이명박 전 시장이 만들어놓은 청계천은 하드웨어냐,아니면 소프트웨어냐"고 물었다.

그는 "과거의 기준으로 보면 하드웨어겠지만 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소프트웨어가 될 수 있다.

그 공간을 매력있게 꾸미면 보물상자와 같은 콘텐츠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임기간 중 청계천 같은 가시적인 업적을 남길 생각이 없느냐고 다시 말을 붙였다.

오 시장은 싱긋 웃더니 "제가 관심을 갖는 분야는 1,2년 안에 결판이 나는 게 아니라서…"라고 대답했다.

오 시장은 올해 한국나이로 47세다.

젊은 나이에 수도 서울의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그에게 대한민국의 장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저는 기본적으로 낙관주의자예요. 우리의 미래는 아주 밝습니다. 우선 뭐든지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땀을 흘리고 있거든요. 창조경영이라는 단어는 지난해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는데,요즘 웬만큼 사업하는 분들을 만나면 모두 똑같은 얘기를 해요. 그런 학습능력과 열기가 우리 앞날의 큰 자산이요 힘입니다."

특별취재팀=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

■ 오세훈 시장은…

-1961년 1월생(서울 성동구)
-1991년 육군 중위 전역
-1983년 고려대학교 법학학사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1999년 2000년 태화기독교 사회복지관 무료법률상담변호사
-2000년 16대 국회의원
-2006년 제33대 서울특별시장(민선 4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