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카테고리 킬러' 국내시장 안착할지 관심

세계 최대 완구전문점인 미국의 토이저러스(Toysrus)가 오는 12월 중 백화점,대형 마트,로드숍 등에 순차적으로 점포를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23일 "지난해 12월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토이저러스 1호점을 오는 12월 초 롯데마트 구로점에 내는 데 이어 롯데백화점 강남점과 일산.분당 일대에도 로드숍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로드숍에는 매장면적 2640~3300㎡(800~1000평)의 '토이저러스',백화점은 330㎡(100평) 이하 '토이박스' 브랜드를 달고 영업에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2월 토이저러스와 브랜드 사용권,운영 노하우 등과 관련된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뒤 담당 직원들의 해외 파견 교육을 추진해 왔다.

업계에서는 세계적인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은 사례가 없어 토이저러스가 국내 시장에 안착할지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카테고리 킬러는 매장 전체를 한 분야 상품으로 특화한 소매업태를 뜻한다. 대형 매장,셀프 서비스,풍부한 상품구색,저렴한 가격 등이 카테고리 킬러의 특징이다. 사무용품점 오피스디포,가구.주거용품점 비앤큐,주택건축자재업체 홈디포,가구업체 이케야 등이 각 분야의 대표적인 카테고리 킬러다.

이 같은 해외 카테고리 킬러 중 국내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업체는 전무한 실정이다. 영국계 비앤큐는 최근 한국 진출 2년 만에 영업 부진으로 철수 결정을 내렸다. 오는 8월 중순까지 영업할 예정인 비앤큐는 식탁 의자 등 가구류 제품을 최대 90% 할인,떨이 판매하고 있다. 당초 비앤큐는 국내 시장에 'DIY(소비자 조립 제작)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됐으나 롯데마트 구로점과 구리점 등 두 곳에 매장을 내는 데 그쳤다.

오피스디포는 국내 시장에 우회 진출한 상황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2월 총 150억원을 투자해 국내 사무용품 업체인 베스트오피스의 주식 60%를 인수,지난달 초 기업이미지(CI) 개편 작업을 끝냈다. 회사 측은 향후 오피스디포의 선진 경영 기법과 가격 경쟁력이 있는 자체 상표(PB) 상품을 들여오면 국내 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스웨덴의 가구업체 이케야 등도 백화점 등 제휴선을 물색하며 국내 시장 진출을 타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카테고리 킬러들이 국내에서 부진한 이유로 한국 유통시장의 특수성을 꼽는다. 한 품목을 특화시켜 파는 카테고리 킬러보다는 모든 종류의 상품을 구비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대형 마트를 소비자들이 더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의 행태 변화 주기가 선진국보다 훨씬 빨라 카테고리 킬러 시장이 급성장하는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노은정 신세계 유통연구소 부장은 "아직까지 국내 유통시장을 주도하는 업태는 재래시장 대형마트 백화점 등으로 단순한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이 갈수록 다양하고 깊이 있는 상품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카테고리 킬러 업태가 성장할 토양은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