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련 뉴스가 하루도 빠짐 없이 등장하고 있다.

개방정책 이후 30년 동안 외부 세계의 자본과 영향이 중국으로 향했다면 앞으로 30년은 중국의 대외 지향적 발전이 전 세계를 뒤흔드는 격변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격변의 구심력은 중국인들이 갈구하는 자원과 식량,에너지,일자리이고,그 원심력은 중국이 뿜어내는 무역과 유학생,해외투자 물결이다.

'중국이 뒤흔드는 세계'(제임스 킹 지음,최규민 옮김,베리타스북스)의 저자는 "이토록 엄청난 크기의 나라와 많은 사람이 외부 세계로 일제히 돌격을 감행한 적은 인류 역사상 없었다"고 말한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로이터통신의 아시아 특파원으로 19년간 중국을 누빈 그는 책의 첫머리를 독일 루르 강가의 제철소에서 시작한다.

한때 유럽 최대 규모의 제철단지였던 이곳이 중국의 이름 모를 기업에 팔려 쇠파이프 하나 남김 없이 실려갔다.

이어서 저자는 중국 내륙 한가운데 양자강 중류의 '세상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도시' 충칭(重慶)으로 날아간다.

세계 모터사이클의 중심 충칭에 있는 리판 유한공사 총경리는 장차 공산품의 대부분이 쌀이나 석유처럼 무게에 따라 값이 매겨지는 범용품의 전성시대가 올 것이라고 자신한다.

리판 모터사이클은 ㎏당 평균 3달러60센트에 팔리는 데 머지않아 반값에 팔아도 이윤이 남을 수 있다고 하니,그의 회사가 야마하와 혼다를 제치고 세계 제2위의 자리에 오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도매시장으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이우'는 저장성의 이름 모를 도시였지만 알고 보면 디플레이션을 전 세계로 수출하는 진원지다.

가게마다 10분씩만 둘러봐도 2년이 걸린다는 이곳에서는 먹고 자고 입고 사고파는 모든 것이 짝퉁이다.

오죽하면 짝퉁을 단속하는 공안도 짝퉁이라고 하겠는가.

저자는 발길을 미국 일리노이주 락포드로 돌린다.

15만명이 사는 이곳은 정밀기계산업의 본산이기 때문에 1970년대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을 겨냥했을 때 네 번째로 중요한 목표였다.

그런데 지금 락포드를 겨냥하고 있는 것은 소련의 미사일이 아니라 중국의 자본이다.

저가 제품으로 경쟁하는 일은 옛 이야기고 이제는 중국 자본이 락포드의 중소기업을 사들인 뒤 핵심인력과 기술만 곶감 빼먹듯 중국으로 가져간다.

이 책은 중국의 문제들도 파헤치고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환경오염,언제 곪아 터질지 모르는 금융권의 부실,이웃과 지역공동체를 엮는 사회적 신뢰의 상실,어정쩡하게 공생하고 있는 공산당 독재와 자본주의 경제시스템 등은 세계를 휘청거리게 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안팎으로 산적한 도전을 슬기롭게 헤쳐가려면 중국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14개 나라는 물론 전 세계와 손잡고 함께 나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앞으로 세계경제를 주도할 신흥시장 네 나라를 가리켜 브릭스(BRICs)라고 하지만 무대 중앙은 중국의 독차지다.

그래서 우리는 중국이 세계를 뒤흔드는 앞날에 대비해야 하고,그러기 위해서는 끝을 모르는 중국의 갈증을 이해해야만 한다.

288쪽,1만7700원.

김재범 국세공무원교육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