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비용 절감을 위해 재고를 최대한 줄이는 JIT(Just in time·부품 적시 생산 체제) 생산 방식을 도입해 피해가 확산된 것으로 업계에선 풀이하고 있다.
도요타 혼다 등 자동차 9사는 부품회사인 리켄의 니가타 공장 피해로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겨 생산라인을 임시 정지시키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대형 자동차 메이커들이 동시에 조업을 중단한 것은 1995년 한신대지진(고베지진) 이후 12년 만이다.
리켄은 국내 자동차 엔진용 피스톤링 시장의 50%,자동변속기 부품인 실링의 70%를 공급하는 핵심 부품 회사.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은 피스톤링 등을 리켄에 의존하고 있다.
도요타는 19일 저녁부터 금요일인 20일까지 일본 내 15곳의 모든 공장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키로 했다.
닛산도 20일부터 가나가와현에 있는 자동차 조립공장 등 3개 공장의 일부 라인을 정지시킬 계획이다.
스즈키,미쓰비시자동차,후지중공업 등도 일부 공장 라인을 폐쇄하고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자동차 회사들의 이번 가동 중단은 부품 조달 체계의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리켄 공장의 생산 차질로 피스톤링과 실링의 공급이 끊겼더라도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면 문제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완성차 회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부품 재고 제로(0)를 지향하는 도요타 생산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부품 재고는 많아야 하루 이틀분밖에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하루라도 부품 조달이 안 되면 완성차 생산라인을 돌릴 수 없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혁신적 생산방식의 이면엔 부품 조달 체계의 취약성이 숨어 있었다는 얘기다.
이들 자동차 회사는 다음 주 초인 23일부터 공장을 정상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리켄의 피해 공장 복구가 늦어질 경우 재가동이 더 늦춰질 수 있다.
리켄 공장의 조업 정지가 장기화되면 자동차 각사가 올해 생산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995년 고베지진 당시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업체 9개사가 생산을 중단해 그해 자동차 생산량이 4만대가량 줄었다.
자동차 공장의 생산중단이 장기화되면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생산이 멈추면 관련 부품 공장들도 연쇄적으로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 내 자동차 부품 회사는 7000개사에 달한다.
자동차산업 관련 취업 인구는 전체의 8%인 495만여명이며,이 중 약 82만명이 제조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거대한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완성차 공장이 멈추면 아래 있는 모든 부품업체의 공장도 쉴 수밖에 없다"며 "지진으로 인한 부품공장 한 곳의 피해가 일본 경제에 의외의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